수요일에 편지를 써서 보내고 그걸 다시 랜덤으로 발송해주는 시스템이 실제로 있다면. 나는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어떤 편지를 받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뭔가 큰 한 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마땅한 읽을 거리가 없을 때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일본 소설을 고르면 무난하다. 딱 그런 정도의 느낌.
‘나주에 대하여‘의 김화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세 명의 여인들의 아름다운 관계를 그린 작품.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싸워가며, 성장해 가며, 자신을 알아가며, 커리어를 일궈나가며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서로 의지하고 보듬어주는 관계를 시종일관 보여준다. 둘보다는 셋이 더 안정적인 느낌은 인간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둘만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려 주는 셋. 안정적인 삼각형.이런 긍정적인 관계라니. 혈연, 지연, 학연에서 벗어나 이러한 인간관계를 꿈꾸어야 할 것 같다. 아이도 어른도 혼자 살 수 없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사진과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많이 담겨 있는 작품. 20-30대 여성들이 주 독자일 듯 하다.
어린이는 세상에서 혼자 살 수 없어요.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핮니다.... 어른도 세상에서 혼자 살 수 없어요.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 P55
김민섭 작가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고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내가 모르는 그의 신간이 없나 찾아봐 왔다. (그는 부지런해서 잠깐만 방심하면 늘 내가 모르는 새로운 일을 기획해 하고 있었다. ) ‘나는 지방시다‘를 인상깊게 읽은 이후 부터. 찐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빠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네이버에 구독 서비스를 하는 것까지 알고 그 다음부터 소식을 찾아보지 못 하다가 오늘 문득 찾아보니 그는 역시나 그 놀. 라. 운. 기획력으로 또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 새로 나온 책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에서의 ‘쓰다‘는 ‘글을 쓰다‘도 되고 ‘쓸모‘가 되기도 한다. 김민섭 작가의 기본 마인드가 이 중의적 표현에 다 담겨 있으니 제목 또한 정말 잘 지었다. 책 전반적으로는 글쓰기 컨셉이지만 읽어보면 자신이 밟아 온 길을 쭈욱 이야기하는 셈이 되어 익히 알고 있던 그간의 그의 행적들을 작가와 함께 돌아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이십페이지에 나온 내용은 내가 몰랐던, 전부 새로운 내용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책날개의 내용을 보니 세상에 김민섭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 해보고 싶은 걸 다 하며 살고 있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서점을 내 책을 파는 것까지. 정말 완벽하게 책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닐까. 모든 애서가들의 로망이 실현된 느낌이랄까. 지방대 시간 강사를 하면서도 맥도날드 일을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대리 운전 경험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강연을 다닐 때에는 탁송 서비스를 이용해 교통비를 벌충한다고 하니 정말 이렇게 실질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이 또한 얼마나 현실밀착형 글감인가 말이다 바다유리를 주워 공예품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해, 책만 파는 곳이 아닌 ‘김민섭‘이라는 선한 사람를 파는, ‘서점의 미래‘롤 보여주는 ‘당신의 강릉‘이라는 서점을 운영한다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그의 획기적인 기획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주저하지 않는 그의 실행력,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정말 아름답다. (아 아름답다는 말은 얼마나 부족한가)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도 뒤늦게 알고 대단하다 싶었는데 늘 예상을 깨는 새로운 일들을 벌이고 그것을 늘 성공으로 이끄는 그가 실로 대단하다. 앞으로 계속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하겠다. 그는 근래에 보기 드문, 매사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사람이다!! 언젠가 나도 ‘당신의 강릉‘에 가보게 될 수도.
최진영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쓰는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전쟁 이야기를 다룬 디스토피안 소설로 시작해 기후위기, 인공지능, 모녀 서사, 젊은 노인, 빈부 격차, 질병권 등 최근 이슈가 되는 소재들을 다루는데 어떤 작품은 sf 소설이고 어떤 작품은 매우 정통적인 틀을 갖춘 소설로 읽힌다. 시간의 흐름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특히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눈에 띄는 작가. 종이책과 전자책이 거의 동시출간되는 몇 안 되는 작가라 다른 작가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