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eakdown (Paperback)
B. A. 패리스 / Large Print Press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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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Who can you trust if you can’t trust yourself? 내가 나를 믿지 못 하면 누구를 믿을 수 있나. 유행가 가사같은 이 내용이 이 소설의 주제다. 


380쪽 분량에서 280쪽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인간의 머리속 생각이 얼마나 복잡한지, 한 인간을 환자로 몰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쉬운지를 보여주는 280쪽이다. 여기서 책읽기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280쪽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 가능하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 뻔한 결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워낙 등장 인물 수가 적어서 이 적은 인물로 이 정도 분량을 뽑아내는 작가의 역량(?)도 대단하고. 


패리스의 소설을 세 번째 읽는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고립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력(주로 유산)을 갖추고 있다는 것. 뭔가 여성 동지애 비스무레한 것이 등장하려다가 만다는 것까지. 


그래도 꾹 참고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쉬운 영어 때문이었던 듯 하다. 


‘내가 가장 믿기지 않는 존재가 나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 뿐이다.’라는 것이 주제라고 할 수 있을까? 


네번째 소설도 나온 듯 한데 또 패리스 작품을 읽을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이다. 술술 읽히는 사이코 스릴러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 시국상 언제 다시 공항에 갈 수 있나 싶지만 비행기 타기 전 공항 서점에 들러 원서를 사서 읽는, 내가 사랑하는 내 리추얼을 위해 믿고 사는 패리스 소설이기에 반가웠다. 사과 두 알과 패리스 소설 한 권이면 장시간 비행도 덜 괴롭다. 눈이 아파서 면전에 놓여있는 커다란 스크린을 끄고 패리스 소설을 쉬엄쉬엄 읽다보면 그리고 힘들면 좀 졸다보면 도착이다. 물론 이번에는 280쪽의 한계를 넘지 못해서 도착 후 마무리했지만. 후하게 쳐서 한 사람의 내면을 280쪽으로 늘여 쓰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니. 벌써 내 리추얼이 그리워진다. 이젠 안녕. 


++ 제목처럼 부서진 건 뭘까. 우정, 사랑,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주인공)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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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이었던가. 고딩들의 휴학,자퇴 등이 흔하지 않던 시절 당차게 ‘네 멋대로 해라’를 외치며 당당히 학교문을 박차고 나온 한 사람이 있었다. 한겨레 출판애서였던가 출간했던 그 책을 보고 그녀를 응원했었다. 그녀의 용기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살면서 문득문득 그녀는 지금 뭘 하며 살고 있을까 긍금했다. 한국이 다양성이 그리 많이 허용되지도 않고 그것을 포용할 여건도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박차고 나온 그녀의 그 이후의 삶이 좀 걱정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근 십년이 훌쩍 지나버린 이야기여서 잊고 지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주로 전자책을 읽는 내가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던 차에 발견한 바로 이 책.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반가운 마음에 얼른 클릭클릭해서 읽어보았다. 역시나 그녀는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겠지. 


소설은 지나치게 리얼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요즘은 페미문학이 대세인가. ‘나의 미친 페미...’를 읽은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어리둥절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바쁘게 오고 갔다. 내용은 좋으나 르포와 문학을 구분해야한다는 나의 소신에 비추어서 좀 더 문학적으로 승화되기를 바랬다. 그래도 그녀의 소설은 반가웠다. 


그녀는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냥 늘 거기 있었는데 내가 잊고 산 것이었다. 우리 여전사들 힘내시라. 


+ 종이책 베스트셀러 목록과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은 사뭇 같은 듯 다르다. 종이책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잘 찾을 수 없던 이 책이 전자책 목록에서는 단연 눈에 띄었다. 노골적인 묘사들 때문인가. 


++ 이런 책들을 읽으면 대한민국 여성들은 다 아이를 안 낳겠구나 싶은데 40세 이웃이 다다음달이 들째 산달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38에 첫아이(아들)를 낳아 둘째(따님이시란다)는 아예 고려대상이 아닌 듯 말했어서 매우 의외였고 산모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아이도 그렇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여유가 있고 젊은 친정엄마가 도와주신다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재택근무를 하는 그녀가 일도 하고 큰 아이도 돌보고 뱃속애서 둘째도 기르느라 고생이 참 많겠구나 싶기도 하고. 역시 아웃소싱을 하면 불가능은 없는지, 결국 돈이 문제인 건지, 딸 가진 엄마는 60넘어 두번째 손주를 돌보는 유효 노동력으로 소비되어야만 하는지 오만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들은 정상의 삶을 영위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자칫 외동으로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버텨야했을 큰 아이에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남매는 어릴 때 맨날 싸우기만 하다가 조금만 크면 남남되고 소 닭보듯 하게 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 그게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엄마에게는 딸이 좋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 딸도 딸 나름이지 하는 생각도 들다가. 딸도 효녀보다는 본인이 행복해야지 싶다가. 그런데 그 딸이 이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안전할 수 있을까 싶다가. 


내가 둘째를 낳는 것도 아닌데 혼자 오만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이렇게 한 여성(내 이웃인 그녀) 아니 두 여성(8월이 산달인 그녀와 그녀의 엄마) 아니 세 여성(엄마 할머니 손녀)의 삶이 결정되는 것인가 싶어 무섭기도 하고 생각이 끝이 없었다. 이래저래 잠 못드는 밤. 둘째 고민은 둘째를 낳는 순간 없어진다는데 적어도 그녀는 둘째 고민은 안 하겠지 그것 하나만은 좋은 것이겠지 하면서 잠을 청하게 되는 밤이다. 


+++ 그래도 김현진의 에필로그의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맴돈다. 태아들이 모여서 내린 결론들. 엄마. 나 안 낳아도 되나까 엄마는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노답인 세상에 정답인 것만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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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걸출한 작가가 나타나다니. 


처음 '피프티 피플'을 읽었을 때 세상에 이렇게 젊은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이렇게 기가막히게 살아움직이는 인간들로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했었다. 


그래서 믿고 보는 작가 정세랑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새로운 장편으로 돌아온 정세랑. 주저없이 보았는데 4년간 훌쩍 자란 정세랑을 볼 수 있었다. 걸출하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젊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었다. (미안하지만 그것도 여자 작가가. - 여자 작가들은 많이들 사소설을 쓰는, 아니면 연애소설을 많이 쓰는, 그것도 아니면 뭔가 사회 경험이 적어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취재하는 데 한계가 많아 다양한 삶의 굴곡을 그려낼 수 없다는 많은 이들의 편견을 흔히 볼 수 있다. 스케일이 큰 소설은 대부분 남성 작가라는 편견에서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뭔가 너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너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칠 때도 있었지만 그 고비를 구비구비 넘으며 정세랑은 기가막히게 이야기를 잘 마무리했다. 그것도 지금 우리 이 시대를 한껏 포용해 다문화, 신 가족 개념, 동성애, 여권 신장, 여성혐오 범죄, 환경 파괴 문제, 청소년 문제 등과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삶과 우리의 역사까지를 모두 아우러내는 그 역량이 정말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여자 조정래 같았다고나 할까. (긍정적인 면으로서 말이다. 박경리나 박완서 등등을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래도 역동성이 조정래 같다. 조정래 여성 버전. 청출어람이다. 작가들을 성별로 구분하지 말아야 하는데 암튼 내 느낌은 딱 그랬다. 남녀 구분말고.)


노회한 여성 작가들은 각자의 추억에 젖어 과거 회상적인 작품만을 쓰는 요즘에 이렇게 온몸으로 우리 시대를 마주하며 우리 모두를 포용하려는 작가에게 축복과 격려를 보낸다. 


걸출한 여성 작가의 탄생이 기쁘다. 그녀의 성장이 기대된다. 스케일이 웅장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더니스트 대하 소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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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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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낳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하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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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Singlehood: The Rising Acceptance and Celebration of Solo Living (Paperback)
Elyakim Kislev / Univ of California Pr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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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주는 통계자료들이 많아 새로웠다. 조금 더 객관적인 어조를 유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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