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걸출한 작가가 나타나다니. 


처음 '피프티 피플'을 읽었을 때 세상에 이렇게 젊은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이렇게 기가막히게 살아움직이는 인간들로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했었다. 


그래서 믿고 보는 작가 정세랑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새로운 장편으로 돌아온 정세랑. 주저없이 보았는데 4년간 훌쩍 자란 정세랑을 볼 수 있었다. 걸출하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젊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었다. (미안하지만 그것도 여자 작가가. - 여자 작가들은 많이들 사소설을 쓰는, 아니면 연애소설을 많이 쓰는, 그것도 아니면 뭔가 사회 경험이 적어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취재하는 데 한계가 많아 다양한 삶의 굴곡을 그려낼 수 없다는 많은 이들의 편견을 흔히 볼 수 있다. 스케일이 큰 소설은 대부분 남성 작가라는 편견에서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뭔가 너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너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칠 때도 있었지만 그 고비를 구비구비 넘으며 정세랑은 기가막히게 이야기를 잘 마무리했다. 그것도 지금 우리 이 시대를 한껏 포용해 다문화, 신 가족 개념, 동성애, 여권 신장, 여성혐오 범죄, 환경 파괴 문제, 청소년 문제 등과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삶과 우리의 역사까지를 모두 아우러내는 그 역량이 정말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여자 조정래 같았다고나 할까. (긍정적인 면으로서 말이다. 박경리나 박완서 등등을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래도 역동성이 조정래 같다. 조정래 여성 버전. 청출어람이다. 작가들을 성별로 구분하지 말아야 하는데 암튼 내 느낌은 딱 그랬다. 남녀 구분말고.)


노회한 여성 작가들은 각자의 추억에 젖어 과거 회상적인 작품만을 쓰는 요즘에 이렇게 온몸으로 우리 시대를 마주하며 우리 모두를 포용하려는 작가에게 축복과 격려를 보낸다. 


걸출한 여성 작가의 탄생이 기쁘다. 그녀의 성장이 기대된다. 스케일이 웅장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더니스트 대하 소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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