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에 이런 소설이 있었던가. 읽어내려가면 읽어내려 갈수록 폴 오스터의 'City of Glass'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의 도시'에서도 문득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에 모든 일이 시작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우연히 발견한 청첩장 덕에 모든 일이 시작된다. '유리의 도시'는 폴 오스터의 대표작 '뉴욕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 그래픽 노블버전으로 나는 폴 오스터에게 입문하게 되었다. 


폴 오스터하면 떠오르는 것이 '미로'이다. 그가 이끄는 대로 이야기의 미로를 무작정 쫓다보면 어느새 이야기 마지막 장을 펼치고 있게 된다. 디어 랄프 로렌이 폴 오스터의 어떤 작품이랑 가장 비슷할까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저것 많은 작품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 딱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리의 도시'를 꼽았는데 '달의 궁전' 같기도 하고 'The Brooklyn Follies' 같기도 하다. 다 다시 읽어볼 수는 없고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렇다. 


각설, 한국 작가 중에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쓴 사람을 본 적이 처음인 것 같아서 새로웠다.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능력은 폴 오스터 쪽이 훨씬 출중했지만(초중반부가 좀 지루했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게 될 것인가가 상상이 되지 않아 끝까지 읽게 되었다. 어쩌면 누구나 예상했던 흐지부지한 결론을 맺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읽는 내내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는 근래에 보기 드물었으므로 출간된지 꽤 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 혼자 괜히 설레었었다. 


한국문학도 정말 다양해지는구나. 특이한 작가가 나타났다. 뒤늦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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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감성
박재홍 지음 / 니들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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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의 것들에 대해 풀어놓았는데 술술 읽히다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는 말은 정말 그렇다. 후반부로 갈수록 잘 읽힌다. 뒷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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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감성
박재홍 지음 / 니들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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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는 나이‘를 쓰는 우리나라의 경우 ‘만 나이‘를 쓰는다른 나라보다 생일의 중요성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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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해서 무작정 읽었다. 새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자가 새 전문가인가 싶었고. 하지만 워낙 딱따구리를 좋아해서 계속 읽어나갔는데 이 책은 딱따구리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딱따구리는 그저 거들 뿐.


딱따구리의 그 특유의 소리를 좋아한다. 타향살이 속에서도 즐거움은 있는데 그 즐거움 중 하나가 집앞 공원을 산책하며 딱따구리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것이나 쪼아대는 덕분에 우리집 물받이 연통을 부서져라 쪼아대던 재밌는 모습도 보았다. 이 책에 보니 딱따구리는 소리가 잘 울린다 싶으면 뭐든지 쪼아댄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연통 쪼는 소리는 정말 시끄러웠다. 


워낙 해외를 많이 오가고 특히나 영국에 많이 체류하므로 영국 이야기가 많은데 영국 이야기 중 '정크 푸드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의 정크 푸드는 인스턴트 음식을 가리키는 원래 의미가 아니라 유통 기한 직전의 식재료를 가리키며 이를 각 가정에 배달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공급자는 음식물 처리 비용과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겠다. 읽고 보니 내가 보았던 푸드 레스큐와 닮았다. 말 그대로 버려질 음식들을 구제해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 이십여년간 자원봉사로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한 할아버지는 푸드 레스큐 활동도 했었다. 미국인들에게 차는 발과 같은 것이고 노인이어도 운전은 다 하니까 시간만 맞으면 점심시간이 끝나면 버려지는 구글과 같은 회사의 구내 식당 점심 재고를  극빈층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할아버지는 그 활동을 통해 구글 구내 식당의 음식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취지에서 그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여러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할아버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할아버지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그 정도를 줄이는 것이 저자의 삶의 목적인 것 같았고 그것은 영장류 학자인 그의 배우자 김산하도 마찬가지였고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인 시동생 김한민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 같고. 

이것이 바로 박규리 구리구리 딱따구리 씨의 시동생 김한민 씨가 쓴 '아무튼, 비건'이다. 최근 들어 문학계에서도 비건이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읽어보고 싶다.


불현듯 떠오른 책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인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우리는 잡식동물이라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닌지. 전세계 식품 산업의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책에서 나는 동물 사육의 문제점을 처음 접했었던 것 같다.


What you eat, who you are.이니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해보고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냥 귀여운 딱따구리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쌓아볼까 하면서 읽었던 책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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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독서가 언어를 매개로 하지만 역설적으로 언어 이상의 것을 감각하게 하는 행위라는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독자로서, 외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모국어가가진 문법 규범과 언어 체계 안에는 결코 포착되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발견해내는 순간, 그것은 외국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끝내 경험할수 없는 마법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원서로 책을읽는다는 것은, 표지와 경계가 뚜렷한 해수욕장을벗어나 저 멀리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과 비슷하다. 외국어로 쓰인 원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사이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것만 같지만 그 끝이 점점 멀어질 뿐인 광활하고

짙푸른 바다다. 모국어의 경계 밖에서 헤엄치는일은 매우 험난하고, 때로는 위험하며, 나를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도전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외국어를 읽는 동안 나는 가닿을 수 없는 수평선처럼 그곳에 있는, 누군가의 모국어와 내 발을 묶고 있는 나의 모국어 사이 어딘가에서 대양을 가로지르는 은빛의 물고기처럼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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