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연서나 연시를 주고받는 내용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장석주는 박연준의 아버지 연배. 박연준의 아버지가 젊으신 편이긴 했지만.) 결혼을 해서 화제가 됐기에 이런 제목이 더 그런 내용을 연상시키는 듯도 했다. 실제로 이 책은 그들의 독서일기를, 왼쪽 페이지는 장석주가 오른쪽 페이지는 박연준이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표지와 속지도 특이한 편이라, 이 책을 접하고 이 책 시리즈를 다 훑어보게 되었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두 명이 써내려간 것도 있고 한 명이 모조리 쓴 것도 있지만 모두 독서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나 같은 시리즈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데 이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징으로는 그들이 부부라는 것, 부부로서 그들이 함께 나누는 일상과 따로 나누는 일상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장석주와 박연준의 글쓰기 스타일이라는 것이 전혀 달라서 번갈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편지는 아니지만 편집으로 뭔가 번갈아 주고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 사람만이 쭈욱 이끌어가는 독서일기보다 더 효과적이다.
장석주는 다독가답게 많은 책을 읽었고, 시사적인 언급도 자주 했다. 책들도 두껍고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박연준은 시인답게 감수성이 많이 드러나고 독서보다는 '일기'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듯 했다. 책 안쪽 부분에 세로로 #**_**_ 식으로 내용을 뽑아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독서일기라는 형식의 글을 '장정일의 독서일기'부터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누구의 독서일기를 읽던 참으로 재미있는 것 같다. 독서일기라는 형식은 모든 다독가들에게 로망이 아닐까.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니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매우 행복에 겨워진다.
한편 강민선의 '나의 비정규 노동담'도 읽어 보았다. 이 책은 '등단'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아 아무도 내 책을 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로 1인 출판사를 만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 저작물이다.
등단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나름 유명한 시인, 작가, 평론가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유명해진 이들의 독서일기와 등단하지 못해 근 20여년간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이야기를 자신이 펴낸 사연이 담긴 이야기. 이렇게 대조적일 수가.
작가 최민규는 수필을 쓰기 위해 소설을 쓰고 등단했다던데 강민선의, 십년이 넘도록 비정규직을 유지하며(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보다 책임이 덜한 비정규직을 택한 면도 있었다고.) 글을 쓰기 위해, 당선되기 위해 분투했던 이야기를 읽다보니 최민규의 말이 절로 납득되었다. 장강명도 '당선, 합격, 계급'에서 한국에서 당선되지 않으면 작가가 되기 아니 글을 발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문학상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문학상 수상으로도 쉽지 않다고 했다.
독서일기가 돌고 돌아 등단이야기로 모아졌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독립출판, 1인출판이 이렇게라도 늘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열혈 독자로서 두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전혀 다른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