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같기도 동화같기도 판타지같기도 한 소설. 늘 후회를 잘 하는 인간으로서 처음에는 결말이 궁금해서 읽었다. 하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지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중반부를 넘어서니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자신이 살았던 삶에서 절정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들 하는데 주인공 노라는 자신이 겪은 것 말고 자신이 살면서 조금이라도 꿈꿔왔던 것이라면 모조리 경험해 보게 된다. 결국은 자살 시도가 미수로 그치게 되고 노라는 같은 삶이지만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결국은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너무나도 뻔한 주제와 결말일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야말로 이런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 가보다. 모든 게 동화같다가도 모든 게 메타포로 읽히는 특이한 소설.
앞부분-인간과 침팬지, 보노보의 차이 등-은 대부분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어서인지 읽기를 멈추게 된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휘리릭 읽힌다. 책은 두껍지만 참고문헌을 빼면 300쪽 정도. 이 책의 논의에 따르면 인간의 자기가축화 가설로 인간의 친화성과 공격성이 모두 설명된다. 소위 양날의 검인 셈인데 그 공격성을 어떻게 친화성으로 돌릴 것인가에 인류의 미래가 달린 듯 하다. Survival of the fitter(not the fittest)로 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공감이 간다. 친화성과 챕터별로 나오는 분홍 빛깔(표지와 더불어)이 잘 어우러지기도 하는 곱고도 흥미진진한 책이다.
조해진 작가의 이름과 샘플북만 보고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다. 샘플만 보았을 때는 홍콩과 서울에 살던 사람이 애어비앤비를 통해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메모를 남기는 다소 가벼운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구매해서 읽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예상과는 매우 달랐으나. 이것저것 다 짚고 넘어가는 그러면서도 조해진표 우울함이 깃든. 거기에 최진영의 긴 발문이라니. 이런 우울함은 언제든지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