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보다 최근작이 훨씬 가독성이 있는 걸 보면 작가는 발전하고 있는가보다. 여러 가지가 뒤섞인 특이한 소설이 탄생했으나 꿈보다 해몽인 격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문단이 의외로 좁아 서로 얽히고 설키고 끼리끼리 문화도 있고 동종업계 종사자라는 마인드도 있어서인지 평들이 후하고 평론이 작품을 앞서는 느낌이 있다. 평을 하는 사람들은 작가와 친분이 두터우니 왜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너무도 이해되고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영문을 모르는 독자들은 심한 소외감과 열등감?만 느낄 뿐이다.
그녀의 소설보다 몇 배 재미있어서 한 번에 휘리릭 읽었다. 요즘 한 번에 읽히는 책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남프랑스에서나 있을 법한 ‘동해 생활‘이 멋졌고 무엇보다도 ( ‘동해생활‘의 줄임말이 ‘동생‘이라는 말처럼) 자매 사이가 너무 좋아서 부러웠다. 부러운 두집살림과 부러운 자매 사이.
‘일기시대‘도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하품의 언덕‘을 또 왜 읽기 시작했을까. 평단의 과대평가가 있었던 것일까. 복잡한 그러나 상당히 4차원적인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는 느낌인데 다음에 뭔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꾹 참고 보았으나 역시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된다.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허용될 수 있으나 그것이 오타나 비문과 함께 꽤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