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의 소설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그의 영어문장은 같은 동양인의 것이서 그런지 간결해서 쉽게 이해된다.
주인공 샤오 빈은 제대로 된 집으로 이사가고자 했던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자(살 집을 얻는 방식도 정말 우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이해 못 할 정도의 열악한 수준) 항의하는 내용의 만화를 신문사에 보내면서부터 그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의 발전을 막으려는 관리들과 어떻게해서든 그들의 방해를 넘어 자기 발전을 이루려는 빈..여기서 중국공산당은 희화화되고 거대한 관료집단이 얼마나 우수한 한 개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폐아의 일인칭 소설. 처음에는 자폐아의 심리가 너무 세세하게 나와서 내가 자폐증상을 느끼는 정도였다. 숫자나 시간에 대한 엄청난 집착부터 시작해서 노랑색을 혐오하고 책의 챕터 구분을 소수(prime number)로 하는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왜 이 소설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엄마찾아 삼만리이야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자폐아가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저렸다. 그래도 죽었다고 알고 있던 엄마가 런던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서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가서 엄마를 만나는 부분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엄마를 만나놓고도 별다른 반가움이나 사랑은 표현하지도 못하고, 수학 월반을 위해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크리스토퍼..) 이 일로 크리스토퍼는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이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Mark Haddon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자폐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조사해서 자폐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 듯하다. 왜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 이상행동을 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을 이상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들도 나름대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12살짜리 자폐아의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로 문장은 쉽고 평이하다. 내용도 중후반에는 급속도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멋진 소설이다.
읽고 보니 'The devil wears prada'랑 많이 비슷하다. 맨해튼이 배경이고..지독한 상사 대신 내니를 고용한 지독한 엄마가 나오고..명품들도 많이 나온다. 역시나 주인공이 사는 맨해튼에 있는 아파트의 비싼 렌트비가 문제가 되고...여기 나오는 내니가 NYU를 다니는데 거기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 싸이코틱한 엄마 비위를 맞추고, 아이보고, 공부까지 하느라 발을 동동구르는 내니의 모습도 '~프라다'에서 많이 나오는 이미지들..몇 가지 코드만 바꾼 듯 하다. 결국 내니에 가정부에 뭐에 뭐에 엄청난 사람들을 고용해서 아이를 키우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랑 식사 한 번 같이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뭐 그런 얘기인데..누가 그걸 모르나? 역시 눈요기감이 많아서 영화로 제작되나보다.
아이의 목소리로 써내려간 소설 정도가 내 수준이라는 걸 알아낸 후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15세 소녀가 주인공이기에..역시나 아주 쉬운 문장이었다. 기대를 하고 읽었으나 내용은 아주 진부한 편이다. 손녀와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의 교감은 정말 부럽고, 서서히 인생과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소녀의 모습은 아름답지만..인생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비유는 너무나 진부한 것 아닌가. 처음에는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이렇게 길게 늘여쓴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 주변이나 소녀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룬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끝까지 'river boy'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하는 점도 그렇고. 금방 눈치채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우화적인 것이 코엘료 작품같기도 하고..명상적인 것이 '노인과 바다'같기도 하다..암튼 새롭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It's dying that isn't beautiful..But, then, living isn't always beautiful either. -Nothing lasts forever. There's no use fighting it. We have to accept it.
내용도 다 알고 읽는 다빈치 코드였으나 역시 그 스릴은 여전하더라. 아니 더 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휘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ㅜ..중후반부까지는 스릴 만점이므로 기쁘고 재밌게 읽었으나 마지막 마무리는 와신상담의 심정으로..그래도 다 읽으니 뿌듯하긴 하다. 근데 과연 그의 다른 작품을 읽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ㅜ 댄 브라운의 소설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원서로 그나마 읽기에 좋지만 분량이 상당하고 어휘수준이 꽤 높아서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디셉션 포인트'를 언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ㅜ..댄 브라운..당신 대단하긴 한데 좀 쉬운 단어로 써주면 안 될까? 하긴 내용이 심각하니 불가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