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이상 젊지 않다는 식의 구절을 찾을 수 없다. 그 구절이 가장 와 닿았는데 어딘가 베껴놓았는데 찾을 수 없다. 그 구절만 빼고는 젊은 시절의 하루키 작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칠순을 넘은 하루키는 이제 겨우 20대를 극복하고 30대 주인공을 내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30대의 그들도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의 고민을 다루고 있어서 초기작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노회한 작가의 소품 정도의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수십권의 작품을 쓴 하루키가 이 정도의 소설은 휘리릭 쓸 수 있겠다.
직장에 다니고 비교적 유복한 편이고 혼자 수영을 하고 혼자 식사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요리를 하고..하루키의 주인공은 변함이 없다. 직장에서는 잘 생활하지만 개인적인 삶에서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생활. 거의 내 미국생활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수록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는데도 많이 외롭고 외곬수가 되어가는 걸 느끼는데 하루키의 주인공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키의 고독한 주인공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 영화에서도 이런 주인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일본인 특유의 정서인지 아니면 하루키만의 정서인지 모르겠다.
1Q84에서는 좀 달라졌나 싶더니 역시 다시 제자리다. 미국 번역본을 읽을 수 밖에 없어서 한국판은 신간이 새로 나온 이 시점에서 한 박자 늘 늦을 수 밖에 없지만 이 작품을 읽고 보니 하루키 작품을 이제는 더이상 기다렸다 찾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Wild'와 같이 읽어서 그런지 더이상 번역본의 무미건조한 문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는 한글번역본이나 영문번역본이나 똑같은 느낌으로 읽혀서 그것이 신기했는데 이제는 영문번역본의 무미건조한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시나 번역본의 한계인 것일까. 그냥 미국소설의 문체가 훨씬 다이내믹하다. 물론 읽기에도 더 어렵다. 하지만 더 재밌다. 내용도 문체도.
We survived. You and I. And those who survive have a duty. Our duty is to do our best to keep on living. Even if our lives are not perfect.
That amazing time in our lives is gone, and will never return. All the beautiful possibilities we had then have been swallowed up in the flow of time.
Winter here is really long. The nights are so long and it seems never ending. Everything freezes solid, like spring will never come. All sorts of dark thoughts come to me. No matter how much I try to avoid them.
I had nowhere I had to go. This was like a running theme of his life. I had no place I had to go to, no place to come back to. I never did, and I didn't now. The only place for me was where I were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