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근심과 걱정은 배의 밑짐과 같다. - P81
서수진의 신작. 이번엔 호주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매우 글로벌한 이야기였다.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쫄깃함은 덤. 조디 피코의 마이 시스터즈 키퍼도 생각나고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사소한 것들도 생각나고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도 생각나고우리 소설이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감개무량했다. 대리모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다루어 도저히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이 아이를 갖고자하는 욕망으로 아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에서 언니를 살리기 위해 동생을 낳아 활용하는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떠오르고비정상적인 대리모 구축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니 이토록 사소한 것들이 생각나고여성의 출산 도구화를 다루니 시녀 이야기가 생각났다. 실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더 작품을 많이 내고 소재도 다양하고 깊어졌다. 한 작가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니 놀라울 뿐.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혼모노 보면 되지 광고카피에 넷플릭스 미가입자로서 호기심이 동해 읽어보았다. 물론 샘플북보고 재미있어서 전자책으로 구매. 소감은. 이 작품들이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이라고 믿기지 않았다는 것. 각계각층 어느 한 부류로 묶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옴니버스 드라마인가. 드라마보다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채롭고 새로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믿고 보는 서수진 작가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검색을 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안 읽은 그의 작품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부랴부랴 읽은 책. 이국의 삶을 살아본 사람들에게는 그때 그곳에서의 경험을 환기시키고 한국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이국에서의 삶의 실체를 엿볼 수 있게 해주고 막연한 환상을 깨주는 서수진 소설. 그는 여전히 호주에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 무궁무진하게 새로운 소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을 낸 문지혁 작가의 추천사도 찰떡이다. 이국에서 살며 고국으로 이국에서의 삶을 담은 글을 써서 보낸다니 작가로서는 최고의 환경이 아닐까. 나는 타국에서 뭘 했었나 싶지만 지나간 세월을 붙잡을 수 없으니 얼른 그의 다른 신간을 잡아볼 일이다. 서수진 엄청 부지런한 작가다. 여전히 할 말이 많이 남아있는 듯!!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