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장강명의 신작이 나왔다는 걸 지난 주 금요일에 알았다. (바빠서 도서 검색을 소홀히 한 결과.)인터넷주문을 검색하니 다음 주 월요일에나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서(당일 배송, 총알 배송은 없어진 것인가.ㅜㅜ) 한숨을 쉬고 포기, 토요일에 광화문 교보에 갈 일이 있으니 거기서 사면 되겠구나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동네 서점에 가서 사지도 않고 바로 주저앉아 읽고 싶은 정도였다. 장강명의 샘플북은 재미있다. 이미 '밀리의 서재'에 연재한 것이라지만 나는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샘플북만으로는 너무 감질났다. 하지만 일주일 아니 이번 달에 쌓인 과로가 장강명의 신작을 이겨서 하루를 기다렸다. 그리고 토요일날 광화문 교보를 십년 만에 가보았다. 그런데 장강명의 신작이 없었다. 더불어 더 갈망했던 황정은의 신작도. 황정은의 신작이야 인터넷 판매는 시작됐지만 출간일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렇다 쳐도 장강명의 신작이 광화문 교보에 없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었다.(장강명 작가님. 축하합니다. 이제 인세가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시겠는걸요. ) 시대가 변해도 유분수지..그 자리에서 결국 인터넷 배송을 신청하고 주말을 버텼다. (그냥 동네 서점에 갔어야 했다. )하지만 월요일에도 오지 않고 배송추적과 고객센터 문의를 거쳐 화요일 저녁에 책을 받아보고 이렇게 수요일에 리뷰라는 것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일은 엄청 많았고 피로는 쌓여갔지만 짬짬히 읽어서 완독.

 

장강명의 글발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고, 나는 그의 책을 대부분(몇 권은 다 못 읽었다.) 읽었지만 그 중에서 가벼운 축에 속하는 작품들 - 한국이 싫어서, 5년만의 신혼여행-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책도 마음에 들었다. 장강명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나름 말랑말랑한, 가벼운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재기 발랄한 소제목이 눈에 띄었고 그가 던져준 생각할 거리들에 문득문득 생각에 잠기면서도 쭉쭉쭉 책은 읽혀졌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전자책 사랑에 대한 부분이다. '안타인지 파울인지 애매한 타구와 비 오는 날 반납해야 하는 책'( pp.108-113) 부분.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종이책에 대한 집착은 없고 전자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만 노안으로 스크린을 오래 보면 눈이 아파져서 당분간은 자제하는 중이지만 전자책이라는 '내 손 안의 도서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는 늘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가져간 책을 다 읽었을 때 읽을 것이 없어지면 난감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년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골라 이고지고 다니지만 결국은 나중에 다 버리게 되고 남는 것은 내 스마트폰 안에 있는 아니면 내 아이패드에 있는 아니 내 계정에 있는 전자책만 남게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번에 배송이 느려서 기다리는데 힘겨웠다. 전자책은 클릭클릭만 하면 바로 볼 수 있는데 종이책 전자책 동시 출간이 대부분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전자책을 내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아직 출간 안 하는 유명 작가도 많다. 이해 안 감) 종이책보다 전자책 출간이 몇 박자 느려 소위 시차라는 것이 있다. 다행히 내가 한국에 있어 이 시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배송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점은 있었다. 그냥 출간 사실을 알자마자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야 했으나(동네 서점에도 없었을 수도 있긴 하다.) 역시 나는 클릭클릭, 다운로드, 폭풍 독서를 훨씬 더 선호한다. 각설..장강명 작가님 다음에는 전자책 시차 없이 동시 출간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것이 작가님의 의지로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번째로 폭풍 공감되는 내용은 '이라크 공군 조종사를 회유하는 작전과 아카데미상 수상자 자레드 레토'에 나오는 부분이다. 타인을 판단(?)할 때 과연 그의 비언어적 표현(말투, 외모 등등)이 얼마나 신뢰성에 영향을 주는가, 그것이 정말 그렇게 믿을 만한 것인가 등에 관한 내용인데 이 내용은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 '타인의 해석'에 방대한 분량의 예가 제시된다. 장강명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그의 견해에 공감이 갔다. 실제로 면대면으로 직접 보지 않고 객관적 자료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여기에 장강명은 말과 글에 대한 부분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최근에 읽은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김하나는 말하기의 긍정적인 면을, 장강명은 부정적(?)인 면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좀 너무 거칠까. 워낙 문자가 천대받는(?) 시절이라 그런지 작가는 '말과 글' 대한 갈등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글 위주의 사람이었는데 말 위주의 활동을 하게 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울증을 많이 앓았나보던데 독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쾌차를 빈다. 그가 너무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도 좋은 글을 많이 쓸 수 있기를 바래 본다. (너무 비현실적인 기대인가.)

 

+ 이 책을 손에 넣고자 아둥바둥하던 찰나에 내게 영문모를 적립금이 생긴 것을 알았다. 급하니 일단 주문부터 해놓고 웬 적립금 하면서 찾아보았더니 페이퍼 때문 아니 덕분이었다. 결국 그 적립금으로 내가 사랑하는 두 작가 - 황정은과 장강명의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알라딘에 감사! 황정은 작품은 뭔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봐야할 것 같아 뜸을 들이고 있다. 너무 설렌다고나 할까. 오롯이 황정은 작품만을 위한 시간을 통으로 내야 하는 데 그 틈을 노리고 있다. 


++ 사람은 역시 어디에 살든 다 비슷하게 사는 법이라 그런지, 예나 지금이나 여기서나 저기서나 그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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