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언니와 나는 서로가 질투의 대상이었다. 나는 맨날 언니가 쓰던 것을 물려받아 입어서 (옷은 기본이며 이외에도 많은 것들 책이며 가방 신발등등) 불만이었고 언니는 또 나름 내가 눈치껏 혼날 일에도 살짝 뒤로 발을 빼고 얌체짓을 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했다.

 

  그러다 각자 결혼을 하고 언니는 딸을 낳고 나는 아들을 낳았을 때 무심코 하는 친정엄마의 말에 (나중에 언니는 둘째로 아들을 나는 딸을 낳았다) 언니는 금방 얼굴색이 바뀌곤 했다. 첫아들을 낳은 내가 오히려 미안해 할 정도로  몇년을 그렇게 살았다.

 

  지나고 나니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서로 왈가왈부 했던 일들이다.

 

  지금 하늘에서 언니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몇년전 그리도 건강했던 언니는  마흔을 갓 넘어 급하게 세상을 떠났고 엄마와 나 아빠는 언니를 하루에도 몇번씩 그랬었지 하면서 언니를 기억한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해도 그 사소했던 일들이 모두 안타깝고 슬프게 답답한 이 상황이 언제까지 기약을 알 수 없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자했던 그 마지막 말이 말라버린 엄마의 주름 사이로 깊게 새겨져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작년에  엄마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일이 내게도 생겼다. 나도 역시 언니와 같은 병에 걸린 것이다. 자식이 똑같은 병에 걸린 것을 마치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고 마냥 자책하시는 모습에 나는 울 수도 없었다. 그냥 화가 났다.

 

   벽을 치고 땅을 치고 하소연을 하고 산에 올라가 소리를 질러도 풀릴 것 같지 않은 , 언니가 하늘로 간지 일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청천벽력의 소식에  그냥 말문이 막혀버린 엄마.  6개월 가까이 치료기간 동안 애써 강해지려고 애쓰는 나를 묵묵히 나의 아이들과 집안일 간병까지 치르시고 이제서 웃음을 찾으셨다.

 

   엄마 나는 살아있잖아.

 

   <침묵>의 저자 엔도 슈사쿠의 <인생에 화를 내봤자>(2015. 10 위즈덤 하우스)를 읽으면서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얻는다. 그래 인생에 화를 내봤자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매일 아웅다웅 살아가는 것 마저 행복인 것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

 

   한참 치료중일 때 중학생이 된 아들녀석은 친구를 데려와 자는가 하면 밥을 밥먹듯 굶지 않나 자전거를사달라고 떼를 쓰다 결국 친할머니댁에 가서 얻어내고 종회무진 한강을 달리고 또 달리고  매일 밤 어딜 그렇게 다니는지 늦게 들어와 나의 애간장을 태우고 또 태웠다. 아 나에게 인생이란 뭔가

 

  저자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고생했던 일조차도 인생을 살아볼 만한 것임을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방문판매의 속고 이상한 편지를 믿고 집안에만 지내더라고 그저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결론을 내려준다.

 

  그리고 질병을 그저 질병 일뿐 치료해야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수전 손택의 말에 공감한다는 저자만큼 나 역시 그 긴 터널을 이제 막 지나가고 있지만 그 길 끌에 분명히 밝은 빛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견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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