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봄볕처럼 짦은 시간이었던 청춘이란 시간을 떠올려 보니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나싶다. 아마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지금 내게 주어진 가지 않은  낯선 시간에 치우쳐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읽었던 창비의 장편소설들의 제목을 보니  이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풋풋하다.  새로운 이름의 작가의 이름도 동시에 알게 되는 점이 무엇보다 첫장을 열게 만들고 또 설레인다.

 

  비빔국수처럼 비비는 사람의 맘대로 하듯 인생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비벼지는 국수의 입장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생의 맛을 느끼게 되는 그 첫시작을 첫사랑이라 칭한다면 아플 수 밖에 없다.   처음, 첫사랑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처음이니까

 

  아마 지금 첫사랑을 하고 있는 이는 그것이 사랑이었지라고 추억할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사랑일테니.

 

 파주와 친구들사이의 카메라 동영상 한 컷과 세기말 파주의 변화된 모습까지 모두 소설의 배경이 된다. 나와 친구들의 대화 그리고 그들과의 이야기는 때로 웃기고 슬프고 아프다. 그리고 잊지 못할 하주남매는 더욱이 그렇다.

 

  사실 처음부터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뭔가 달달하고 야릇한 걸 기대해서였기도 하겠지만 주인공 나의 이야기보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치중이 되어 언제쯤 나오려다 기다리는 순간 어느새 주연,주완남매가 등장해 있다.  그리고 빨라지기 시작한다.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으므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를 한 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고 또 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방금까지 따듯했던 손이 어느새 차갑디 차가운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사고로 그러하다면 날벼락같은 일,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일, 미워했던 기억도 모두 소중하가게 되어버리는 일, 가슴이 텅 비어 버리게 되는 일..

 

  첫사랑이 어떻게 모두 즐겁고 아름다운 일이어야만 하나. 시작부터 이미 아플 수밖에 없는 일임을 알고 시작될 것을 다 알았는데도 인정하지 않은 것 뿐이다.

 

  당장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꼼꼼한 묘사와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벌써 스크린에 비춰질  배우들의 모습이 어른거릴 정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