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연말 모임에서 지인이 강추한  책, <당신 옆을 지난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통해 최진영작가를 만났다.  첫장부터 빨려드게 하는 어휘 ( 와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읽고 난 후  밀려드는 공허함까지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무참하게 나는 쓰러졌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폭격이 준 충격과 지인의 표현대로 다음 작품은 어떨지 기대 반 우려반이다. 첫작품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준 뒤 만나게 된 첫 소설질 <팽이>(2013. 9 창비)이다.  아름답고 충격적인 젊은 소설이라 타이틀이 먼저 들어온다. 아름다운 충격이라..

 

   <돈가방>은 시어머니 산소앞에서 우연히 발견한 돈가방을 둘러싼 두 형제의 아귀다툼을 그렸다.  돈을 본 순간 산소앞인지 어딘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각자의 일만 중요하게 되고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한 것부터 시작해서 전혀 딴 사람이 되는 인간의 속내를 드러낸다. 열린 돈가방을 본 순간 머리도 속도 모두 발라당 열어보이는 모습은 추하다.

 

   <엘리>는 코끼리와 사는 나다. 마치 지금 키우고 있는 애완 코끼리와의 이야기라고도 생각될 만큼 리얼한 묘사가 재밌다.  성큼 성큼 걸어다니는  코끼리가 상상이 된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골치덩이지만 모두에게 비밀인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그러다 엘리와 자신을 위해 떠나려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님을 대화할 수 있지만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들 가득 안고 아프리카를 향해 올때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갈 때도 역시 아무도 모르게..

 

   <팽이>는  영화 <마음이>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두 남매만 사는 데 한적한 집, 엄마가 자기 집을 찾아 나선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어느날 길 잃은 개가 드나들다 집은  나간 버린 후 마치 자기를 버리고 나간 엄마가 생각나 눈물이 날 것 같다. 둘만의 생활은 외롭고 슬프다. 교회라고 나가야 하나. 고심 끝에 난생처럼 교회에 가서 기도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오빠도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혼자 팽이를 돌리고 또 돌리고 멈추어 버린 팽이처럼  집을 지키며 울다가 잠든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냥 살다 문득 사람은 가자의 우주에 살게 됨을 알게 된다. 시리도록 슬픈 이야기가 마치 달력에 쓰여진 것을 눈으로 훓어보는 느낌이 들만큼 차분하게 나열하고 있다.

 

   <어디쯤>이나 <주단>은 절대 기분 나쁠 때 읽으면 안된다.  우울감이 더 커질지 모른다.  어지러울 정도다. 거침없는 표현이 믿었던 이의  민낯을 본 것처럼 놀래키지만 어느새 동화된다. 뭐 어차피 내가 만나지 못할 인간들을 만나는 소설속이니까.

 

   책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올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현실은 소설만큼이나 쉽게 이해 시킬 수 없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에  당황하는 주위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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