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동 에세이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1
송정림 지음, 김진희 그림 / 나무생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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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결혼을 하고 첫 집들이였던 같은 아파트에 살던 회사직원들 동료가족 모임에서  나는 완전히 사람에 대한 새로운 면을 맛봤다.  마치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눈빛에  숨도 못 쉬고 견뎌야 했다. 차려놓은 밥상을 엎고 싶었으나 차마 남편의 직장 동료와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거라 꾹 참았다.

 

   마치 내가 도마위에 놓인 이제 곧 운명을 달리 할 생선이 된 기분이었다.  두 시간을 어떻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참 대견할 정도다.  이제는  그들이 왜 처음 본 새색시였던 내게 왜 그랬는지 (하나 부터 열까지 비웃는 듯한 말씨와 동물원 동물보듯 비아냥 거리는 듯한 표정들) 이해할 만도 한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정말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그들과 혹시 마주질까 무서워 피해 다니고 급기야  계약기간도 못 견디고 이사도 조용히 했더랬다.

 

  첫 집들이가 이상해서 그렇지(그들이 액땜을 해서 그런가^^;;) 다음집에서 만난 이들로 나는 다시 사람에 대한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물론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아줌마가 되어 두리뭉실 넘어가기도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 만나더라도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동의 습관>으로 처음 만난 송정림작가의 에세이집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2013. 7 나무생각)은 작가가 만난 보통 사람들과 라디오와 지인들의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이들과의 추억을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사실 처음 책을 들고 편 페이지에 아픈 이들과의 이야기에 그만 나는 울컥해 읽기를 접었었다. 몇해전 부터 아픈 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니가 아픈 뒤로 웃음이 사라지고  가슴에 맷돌을 얻고 살고 있는 엄마와 내게 위로가 될 책이라 생각해 엄마에게 선물할 요량이었는데, 생각처럼 되질 않았다.   읽는 기분과 상황은 만신창이가 된 마음의 치유는 커녕 그만 아픈 속을 훑는 기분이 될까 두려워  잠시 잊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상처는 사람에게서 다시 치유를 얻을 수 있다.

 

   둘째를 낳고, 큰애와 장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현관에서 오래전 큰 애 낳고 먼 산을 바라보던 내 모습을 똑 닮은 이를 만났다. 나도 모르게 유모차에 있는 아이의 개월수를 묻고 내 집 호수를 알려 줬다. 언제든 오라고.. 그게 인연이 되어 나보다 한 살위라는 사실과 같은 라인에 살고 있다는 것 만으로 친해진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이제는 같은 아파트에 살지 않아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린 언니의 이야기와 내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그렇게 우리는 지내고 있다. 누구에게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도 꺼내놓으면서...

 

   그녀를 만나고 다시 책을 들어 읽었다.  아픈 언니도 피붙이라는 관계로 만나 참 좋은 당신이었고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도 참 좋은 당신이었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도.. 가족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게 남겨진 사람에 대한 상처도  새롭게 알게 된 책속의 당신들 덕에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합니다.

 

   인터넷에 까페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게 준 "추천"이, 한 줄 댓글이 하루를 일주일을 일년을 더 아름답고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 참 좋은 당신었습니다.

 

   아직 참 좋은 당신을 만나지 못하셨다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참 좋은 당신이 되어 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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