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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했던 며칠이 지났다. 느닷없이 터지는 일들로 막아내다 지쳐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하다가 할일을 제처두고 주저 앉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모양이라 그냥 멍한 상태다. 갈수록 해내야 할일은 많아지고 그렇다고 손을 내밀어 도와 달라하기엔 내가 벌여놓은 일이니 그럴 수도 없다.
감정도 쓰지 않으면 메마른 땅처럼 물기하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어느새 활짝 핀 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지 아이가 가리키는 아파트 담장을 감싸고 있는 새빨간 장미가 그제야 눈에 들어 온다.
가만히 귀를 귀울여 듣는 조용한 음악처럼 그렇게 신화가 내게 왔다. 신화하면 그리스 로마신화다. 단군신화라고 피식 혼자 웃었지만 늘 아이더러는 읽어야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 나는 알았다가도 모를 그런 그리스로마신화는 각주를 달고 사진이나 유명한 명화와 함께 비교적 짧게 덧붙여진 책들만 읽었다.
누가 누구의 아들이고 어떤 사건은 사건을 낳고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그야말로 외워야 하는 것이란 잘못된 버릇이 먼저여서 신화를 만나기까지 그렇게 오래 돌아 돌아 왔나보다. 비로소 내가 신화가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2013. 3 달)은 먼저 두손을 포개어 감싼 조각상이 눈이 간다.
신화에서 뺴놓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하고 무궁무진할 줄이야.
사랑은 그 사람에 스며드는 것이다. 먼 길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 죽은지도 모르고 기다리던 바람 아이올로스의 딸 알키오네의 사랑은 죽어서 비로소 물총새로 다시 만난 남편과 함께 부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래서 물총새는 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고 새끼를 낳는 동지 무렵의 2주일 동안에는 바다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은 시작은 알 수 있지만 이별은 알 수 없는 법, 이성복 시인의 시는 슬프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지만 결국 배신을 당하는 메데이의 핏빛 사랑, 요즘 드라마에서 보는 복수의 한컷을 연상케 한다. 자신을 버린 남자 이아손의 자식마저 죽이고야 마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조지훈의<사모>라는 시로 마무리하고 있다.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해야 할 말이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남편을 대신해 죽은 알케스티스는 어떻게 얼마나 사랑을 하면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결국 해피엔딩으로 다시 해후를 하는 우여곡절은 부부의 사랑으로 거듭나는 최고라 할 만하다. 유난히 저승길에서 다시 되돌리려는 뒤를 돌아보면 안되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그만큼 죽음도 그들의 사랑을 어쩌지 못함이리라
부엉이는 아테나 여신이 늘 함께 데리고 다녔던 새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나 철학을 뜻하게 되었다. 원치 않았던 자식이었지만 책임을 다해 훌륭하게 키워낸 아테나, 후에 아테네의 수호신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고 머리는 냉철하게 마음만은 따듯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혜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신용을 잃은자는 인생을 잃은 것과 같다. 미래를 미리 본다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인가. 하지만 그 예언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설득을 잃은 것은 인생을 잃은 것과 같다.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한 대가로 설득력을 빼앗긴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통해 신뢰를 얻는 것도 그리고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또한 갖춰야 할 내용이었다.
읽을 수록 신화속에 사랑과 지혜가 속속 끄집어 내게 된다. 많이 읽히고 인용이 되면서도 정작 그들만의 언어처럼 생소하기만 한 신화속의 인물, 이야기가 비로소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