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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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수줍음이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우연히 만난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처음 나를 보고 하는 말이 " 이젠 제법 말하네"였다.  별로 친하게 지낸 적도 없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꽤나 친한척을 하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내심 기뻤다. "그래 내가 예전에는 말이 없었지"라고 웃을 수 있었다.

 

  그 속사정은 오직 나와 내 가족들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말을 더듬었기 때문이었다. 시옷발음도 사실 잘 안되서 발표시간이 제일 힘든 시간이었다. 다른 것은 뭐든지 자신있는데 유독 책을 들고 읽어야 할 때는 정말 어디 숨고 싶기만 했다. 누가 눈치라도 채고 놀리면 어쩌나 늘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더이상 숨을 데가 없어서 결심을 했다. 세상에 안되는 것은 없어라고.. 책을 혼자 낭독도 해보고 속으로 숫자를 세가면 읽기도 했다. 모르는 낯선 사람이 물어와도 겁내지 않고 길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거나 주위에서 계속 면박을 줬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한 것은 아무도 모르게 고칠 수 있었다. 지금은 내가 그러했다는 사실조차도 가족들은 잊어버렸다.

 

   우리집 큰 아이가 주인공 은찬이 옆에 선다면 아마 아빠와 아들이 될지 모를만큼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하지만  한참 반항기에 시키는 것은 죽어라 하기 싫어하고 정작 해야할 일은 이리 피하고 저리피하는 게 비슷하다. 은찬이가 자신이 십인분이란 별명을 가져서 놀림감을 당한다는 내용을 읽고 아이에게 내가 물었더니 대체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혹 잘 씻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점을 보이면 놀린다고 했다. 다시 한번 친구를 놀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도 강조해도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주인공 은찬이는 5학년이지만 체격은 남다르다. 엄마의 걱정을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늘 살빼라는말을 달고 산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냉면이고 패션니스트 외할머니와 홈쇼핑 모델일은 하는 엄마와 사는 은찬이는 돌아가신 아빠를 늘 그리워한다.

 

  살을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찌는 일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역도부에 들어서 알게 된 은찬이에게 드디어 목표가 생겼다.  당뇨로 시력을 잃게될 할머니 수술을 위해 꼭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는 것이다.

 

   시작은 살 빼라는 소리가 싫어서 들어간  역도부에 든 것이 자신감을 북돋아주게 되고 친구 예슬이와 더 가까워지게 해주었다.  비록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아빠와 자주 먹었던 냉면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역도 덕분이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힘든 모델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양말이 왜 자꾸 짝짝이로 되었는지 알게된 뒤 성장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은찬이가 참 대견해 보였다.  덩달아 아직 철부지 같아 보이는 우리집 아이도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반대만 했던 엄마가 경기장에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부쩍 어른스러워진 은찬이가 되어 같이 울컥 했던 것 같다. 

 

   탄탄한 이야기의 전개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엄마의 마음과 동시에 은찬이의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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