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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너무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미선 옮김 / 솔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봄날에 죽음을 이야기한 글을 읽으려니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지척에 아픈 사람이 있는데 결코 웃어 넘길 여유가 없음에도 나는 정면으로 맞부딪치기로 했다. 그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누구나 다가가고 있는 것이고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이렇게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 온 몸으로 느껴야할 필요가 있는 요즘이니까.
한 번에 쉬지 않고 읽었다. 얼른 결말이 보고 싶어서가 첫번째이고 그렇게 속도가 붙는 것은 짧은 문장에 사건 사건이 모두 어쩜 이렇게 절묘하게 연속해서 이어지는지 단숨에 읽히는 핀란드 소설가 아르트 파실린나의 <천사가 너무해>(2013. 4 솔) 이다.
술로가 천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수호천사의 보호를 받는 아로의 등장에 앞서 친구 오스카리의 직업은 영구차를 운전하는 일이다. 영구차.. 시신이 바뀌어 난감한 것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우연히 군대 동기 오스카리를 만난 아로는 까페를 인수하게 되고 이제 막 천사가 된 술로는 의욕이 넘쳐 있다.
의욕은 넘치는 데 살아생전 종교교사로 일했던 술로는 무조건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대상, 아로는 첫번째이자 잘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아 자책한다. 도와주려다 오히려 일을 그르칠 판이다. (뇌진탕과 화재, 교통사고등등) 아로가 하늘을 보며 혹 자신의 뒤에 악마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애정문제도 그렇다. 마흔인 아로에게 오십이 가까운 동료교사였던 리트바를 연결해 주려는 데 가브리엘 천사의 말 마따나 인간의 애정 문제는 그들에게 맡기는 편이 옳았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되돌리기게 리트바는 아로를 정말 좋아하게 되어 버렸고 떼어 놓으려니 더 떨어질지 모르니 어쩜 이리도 천사는 고달프기만 한 일인지 난감하다.
영구차가 이사를 도와주는 일, 영구차를 사러 갔다가 시신까지 싣고 오다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도난을 당하는 등 기가 막히는 일이 연일 등장하면서 웃음이 나지만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또 다음에 어떤 일이 이어질지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그림에서 보았던 천사의 날개가 사실 엄청 커서 가는 곳마다 장애물이 되어 꺾이고 끼이는 장면 장면이 상상만으로 웃음이 난다. 사건 곳곳마다 의도하지 결과가 많이 나온다. 술로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 악마의 유혹에도 단 번에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이었으니..
내가 어려울 때마다 나를 지켜주는 천사의 존재를 믿는다.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것은 돌봐준다는 것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 일인가. 시종일관 웃으면서 잠시나마 죽음에 대한 무섭고 두려움을 내려 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