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피천득 외 지음, 손광성 엮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문학 수업시간에 수필을 자주 낭독하셨던 국어선생님이 계셨는데 고운목소리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아우성에 매시간 못 이기시는 척 하시면서 읽어 주셨다.  그때 선생님의 낭창낭창하고 시처럼 천천히 읽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눈물도 많으셔서 우리가 생각하기에 별로 슬프지도 않은 대목에서도 울컥하시곤 하셨다. 

 

    너희들도 나이 먹어봐 많이 다를거야.

 

   그런 나이가 되었나보다 . 국어시간에는 그렇게도 졸면서 들었는데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지는 것을 보니. 특히 내가 제일 좋아했던 피천득선생님과 작가 이상의 온통 초록을 둘러싼 여름날 시골살이의 내용"권태" 의 전문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2013.2 을유문화사)이다.

 

   총60편의 수필을 담고 있는데 저마다 정말 다양한 생활모습이 소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그려져 어느 글을 펴서 읽어도 좋다.

 

   짜장면에 얽힌 추억을 군침이 돌게 그려내고 힘들고 어려운 장작패기를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커피포트하나로 저녁밥상을 차리면서 행복했던 유학생 시절의 회상,  지금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비닐우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인생을 비유한다.

 

  무엇보다 피천득선생님의 인연은 언제 읽어도 좋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도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읽으면서도 아니 만나도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이 구절은 정말 가슴 절절하다.

 

  <광야를 달리는 말>은 김훈작가의 아버지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움직이는 고향>은 홀로 되는 어머니가 자식들의 집을 다닐 때 가지고 계신 비닐 가방안에 든 내용물은 들여다 보는 작가, 그의 어머니가  움직이는 고향 그 자체였음을 표현하고 있다.

 

  산책을 하면서, 홀로 길을 따라 가다가 혹은 바다를 보면서 생활 틈틈히 느껴지지 못한 감흥까지 속속들이 한 편의 멋진 글이 될 수 있음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눈물이 핑 돈다.  겨울이 유난히 길어던 2012년은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직도 바람이 차다. 휑하니 부는 바람에 그만 눈에 눈물이 고일 틈도 없이 주르륵 내린다. 얼마전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이란 시집의 제목을 보니 눈물을 자른다라는 표현이 정겹다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문구가 잊고 거칠어진 마음을 토닥여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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