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졸업하다 -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에세이
김영희 지음 / 샘터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벌써 그렇게 되었나.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샘의 나이가 일흔이나 되었구나. 내 나이 먹는 것은 모르고 살고 있었지. 사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열아홉살 때 읽었던 책<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가 벌써 20년이나 흘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느날,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 중에 있었던 책, 김영희선생님과의 첫만남이었고 단순히 엄마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가 -제목만 보고 - 큰 코 다친 나는 여자로서 아니 여자보다  엄마로서 그녀로 인해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었다.

 

   막연한 어른이 된다는 것도 대학입학의 설렘보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그 시기에 한 권의 책이 주는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했음이여..

 

   첫남편과의 사별, 아이 셋과 독일행 그 자체만으로도 시대를 앞서간 국경을 넘는 사랑이었고 낯선 공간에서 예술가로서 살기는 어떤 것인지 그냥 막연하게 궁금했다. 그녀의 첫책 이후에도 여러 책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부러 찾아 읽지 않았다.  그러던 이번 <엄마를 졸업하다>(2012. 11 샘터)의 표지의 종이인형사진을 본 순간 섬광처럼 눈이 번쩍이는 것을 느끼고 책을 받는 순간 그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안타까웠던 이혼이야기는 어떤 이유였는지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까지 마치 오래 연락이 끊긴 이에게서 받은 반가운 편지같은 느낌이다.

 

   이제 다큰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난 유진, 윤수, 장수 그리고 봄누리와 프란츠 다섯아이의 일상이야기는 엄마인 그녀가 겪은 일들중에 가장 빛나고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국땅에서 유색인종으로 차별과 멸시를 이겨낸 뒤 비로소 엄마를 졸업한 후련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녀가  결혼을 두번이나  한 것으 빗대어 바람기를 말하는 이들에게 단순 명쾌하게 결론을 내린다.

  "능력있다!  재주 부럽다."

    뼈속까지 슬픈 이야기를  그녀만의 힐링방법이다. 칭찬과 결혼하자는 약속의 말이 너무 황공해서  그 청혼을 거절하면 기회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솔직한 그녀의 고백을 들을 수 있어서 덩달아 입가의 미소가 그어진다.

 

   그녀의 인생에서 이번 책에서 등장하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 첫남편의 동생이었던 시누이와의 전회에서의 우연한 만남도 그녀가 여행지에서 만나 하룻밤을 신세질 수 있었던 외국인까지 한순간도 놓지지 않은 인연의 끈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녀가 만들어가는 작품에도 인생에도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 소재가 될 거라 생각한다.

 

   출근을 하지는 않지만 퇴근도 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직업이다.  언제쯤 나는 마음 놓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엄마자리를 은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열여덟이면 마음으로부터 아이를 보낼 준비를 해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 거라 방심하고 소유물 대한 내 아이들에게 더 잘 해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언제까지나 소녀의 감성으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입는 당당한 그녀가 여전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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