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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웃는 모습이 참 좋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간단하게 라디오에서 들은 것부터 TV에서 본 것하며 책에서 읽은 소소한 것들을 아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같이 눈물이 날 정도로 박장대소를 하면 이 무더위도 잊어버릴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또 뭔가 막힌게 뻥하고 뚤리면서 소화도 잘 된다. (단점이라면 같이 웃어 줄 사람을 흔히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위를 잊는 또 한가지의 방법은 추웠던 기억을 되살리거나 뼈속까지 추운 소설속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마치 그 공간에 있는 나를 데려다 놓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작은애 젖먹이였을때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그때 읽었던 책이 <희막한 공기속으로>였는데 얼마나 시원한 책이었는지 잊지 못할 것이다.
한 여름에 읽게 되 북극이야기 <북극허풍담>(2012.5 열린책들)을 처음 받아보면서 무척 기대했다.
또다시 여름의 느끼지 못할 시원함 내지 청량감이 되겠다 싶어서였다. 처음보다 두 번째 읽고 나니 내가 아차 실수 한 게 있었음을 알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 모든 이야기에는 일종의 최면요법이 필요한것을 빠뜨린 것이다.
그중에 몇가지를 꼽자면, 나는 북극의 사냥꾼이다. 당연히 날씨는 엄청 춥다. 게다가 사람구경은 정말 몇천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져 있고 성(性)이 다른 이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고 날씨 탓에 죄다 곁에 있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법으로 이 모든 외로움은 견디고 있기에 좀 이상하다 싶은 사람이 정상이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심상치않다. 백야에도 끄떡없이 잠을 잘 자는 벨브레드부터 위로의 말을 듣는 안톤, 결국 속고 말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날씨나 여자는 똑같다고 믿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수탉을 애완동물로 기르게 된 헤르버트의 이야기는 자신만만하지만 아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고독한 북극생활을 희화한 것처럼 느껴져 웃을 수가 없었다.
어느날 맑고 눈처럼 투명한 북극에 찾아온 요엔손씨의 느닷없는 문신 유행에 득을 보고 떠난 이는 문신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고 간 요엔손씨 하나뿐이었고, 다소 과격한 방법이긴 하지만 새로온 이방인인 한센 중위를 향한 북극 친구들의 길들이기 방법에 으.. 추워졌다.
이 책의 부제목이기도 차가운 처녀는 상상속의 여자 엠마였다. 여자구경이라곤 언제적인지 기억조차 마물거리는 두 남자의 대화는 어이가 없을 정도이지만 계속 최면요법을 되새기면서 읽다보니 음 그럴수 있지 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제일 재밌었던 즐거운 장례식은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을 널리 알리고자 연락방법이 쉽지 않능 북극생활에서 죽은이에게 파이프를 물리고 이 집 저집 다니며 불러모인 것까지 좋았는데 정작 장례파티(?)에서 실수를 다른 이를 수장 시킬 뻔 한 것은 웃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화장실유머에 웃다가 넘어갈 뻔 했다. 추운 지방에서 문명인으로 격식을 갖추고 살아가고 싶은 욕망의 대명사 수세식 화장실에 얽인 일화는 잠시지만 아우..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어디까지 장난기 가득한 허풍인지 각자 읽기 나름이겠지만, 쉽게 가 볼 수 없는 곳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고 재밌다. 확인하기 어려운 장점과 들려주는 사람의 흥분되고 진지한 표정과 말투에서 묘한 진실함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2권에서 1권의 주인공들이 계속 출현을 하는지는 읽어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캐릭터들이 설정이 되어 있는 경우라 또 어떤 에피소드가 나오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