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여름이란 계절이 그런가 보다.  무언가 하기에 짧게 되도록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 좋다. 영화를 보러가도 깊이 생각하는 영화보다 한바탕 배곱빠지게 웃다가 어느새 엔딩이 되는 그런영화가 보고 싶고 음식도 한그릇에 담아  많은 반찬이 필요없게 만드는 비빔밥이나 냉면이 먼저 떠오른다.

 

   전작<카모메 식당>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깔금함 맛을 맛보게 해준 오기가미 나오코의 첫 소설! 이라는 <히다리 포목점> (2012.7 푸른숲)은  올해처럼 무더웠던 여름을 잠시나마 잊고 쉬게 만든 책이다.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영화를  공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바로 영화로 만들어져도 될만큼 간결하고 이미지도 연상되었구나싶다. 히다리 포목점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끌림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두 편 모두 히다리 포목점을 찾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실 포목점 주인보다 고양이 사부로씨가 더 인상적이다.

 

  모리오는 어머니와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독립을 하게 된다. 누나인 가요코는 모리오와는 정반대의 성격인데가 어머니의 유품이자 잊고 있었던 추억인 재봉틀을 두고도 상반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리오가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반갑다면 누나인 가요코는 그토록 싫어했던 프릴 가득 달린 치마를 만들어 피아노대회를 나가야 했던 잊고 싶었던 기억이다.

 

  팔자눈썹이 상대를 화나게 한다 생각에  대인기피증이 있는 모리오는 직업도 혼자서 일하고 도시락도 아주 부러울 만큼 꼼꼼하게 싸가지고 가서 혼자 먹는다.  가끔 그를 찾아오는 고양이가 말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 지낸다.

 

  유난히 어머니의 낡은 재봉틀만이 위안이다. 어려서 누나의 치마가 부러워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뒤 찾은 히다리 포목점, 마치 뭔가에 홀리듯 고양이 사부로씨를 따라가게 되어 도착한 곳에서 맘에든 꽃무늬 천을 사가지고 오게 된다.  우연히 알게 된 아래층 소녀와 말을 나누게 되고 그녀도 역시 재봉틀소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둘은 조금씩 친해진다.  둘 사이에  어떤 기막힌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의 색으로 표현된 자유를 만끽한다.

 

  두번째 이야기 에우와 사장은 첫 문장 부터 무겁다. 주인공이 암에 걸린 탓이다. 다행(?)이라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사장이라는 것이다. 고양이 사장과 에우의 만남에는 요코가 있다. 요코와 사장이 살던 집에 에우가 같이 살게 된 것이지만 사실 주인공인 에우와 사장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특별한 인연이다.  요코는 이비인후과 의사인데 그 계기가 바로 자신의  비대칭인 귀때문이고 에우는 양손의 새끼 손가락 사이즈가 다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이다.

 

  남과 다르다는 점이 둘 사이를 맺어주었다.

 

  요코에게는 귀를 잘 봐주는 직업특성에다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귀를 잘 파준다. 그러다 알게 된 주인잃은 고양이 사장, 특별한 직업은 없지만 고양이를 상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소우자 에우는 일주일에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에 친구가 되어준다.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이상으로 두 남녀는 고양이가 인연이 되고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귀를 파주는 것, 고양이와 대화를 하는 남자 모두 마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래서 혼자 풋 거리면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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