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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독이다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오경화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제껏 스포츠를 다룬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수들이었다. 선수들 각자 내면의 고민과 힘든 연습을 담고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벌어지는 실수 그리고 승리의 쾌감을 같이 공감하면서 대단원을 마감하는 소설과 영화는 많이 있었다.
아직 어떤 스포츠를 자신있게 안다고 할 만큼 관심있었던 경우는 농구-그마저도 몇명 선수들에 국한된-와 월드컵으로 눈이 몰리던 2002년의 영광의 주인공들의 이름정도인 내가 야구에 관한 소설에 대해 선뜻 읽게 된 데는 제목 <나는 감독이다> 때문이다.
합창단의 지휘자가 어떤 이로 발탁되느냐에 따라 노래가 전혀 다르게 변하는 것을 몸소 느꼈던 어린 소녀시절이 있었다. 끝없이 내려가는 만든 좌절을 맛보던 질책속에서 따듯한 격려 한마디가 파트별, 그리고 개인 솔로의 연습을 하게 만들고 단숨에 1위에 올라 서게 만드는 기적이 일어났다.
주인공 히로오카를 보면서 히딩크 감독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연패를 거듭하는 엔젤스를 위해 감독교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구단주 오카다와의 대화에서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자신이 선수로 있었던 상대팀 자인언츠에 대한 불편한 질문에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에둘러 피하는 등 질문자들의 의욕을 꺾게 만드는 카리스마의 인물이다.
새로운 감독과 첫경기에서 첫승을 거두지만 선수들의 실책에 벌금을 체크하는 히로오카, 코치 타카야나기와의 불화의 시작이었다. 시합에서의 승리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인기코치 타카야나기와 삐걱거린다.
감독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먼저 알아보는 팀의 수장이지만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팀원들, 매번 경기때마다 악몽을 꾸고 그럼에도 절대 평정을 잃지 않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감독이 주인공이지만 주 이야기는 계속되는 경기와 선수 각자와 구단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공을 어떻게 치고 받는지 서로 사인을 보내고 그 순간 자신의 판단을 내세워 역으로 요구하는 선수들의 온갖 신임을 받던 코치인 타카야나기는 감독인 히로오카에게 옮겨오는 것을 느끼게 된 데 앙심을 품고 어떻게서든 팀의 승리를 저지하고 급기야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되는데..
시즌동안 벌어지는 선수들의 연봉계약, 선수트레이드, 부상으로 팀의 부담을 주고 고민하는 여러 이야기들은 마치 야구가 인생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구나 느끼게 해준다. 매 경기마다 자신이 던지는 공, 타격한 공이 자신의 연봉과 직결되는 것도 선수들간의 관계가 모두 그렇다.
어떤 일이든 책임을 맞고 이끌어내는 데 감독의 힘겨운 고민을 같이 공감할 수 있고 각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구단주라는 경영자의 사이에서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는 감독의 모습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책이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