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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 유하 산문집, 개정증보판
유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도 계층에 따라 저마다 다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80년대를 학생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86아시안 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단체로 경기장 관람을 하고 금메달에 열광하고 스크랩하는 숙제를 했다. 매주 토요일 낮에 하던 맥가이버 (지금의 미드와 같은 인기 외화드라마)를 보기 위해 집을 향해 뒤도 보지 않고 뛰기도 했다. 농구 붐이 일어서 반 아이들과 각자 좋아하는 농구선수를 편을 들다가 편이 갈라지기도 했다.
지나간 것은 모두 추억이다.
시인이기 보다 영화감독이라 알려진 유하 감독의 첫 산문집이라는 데 일단 꽂혔다. 하지만 이미 발간된 적이 있었던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고 시인이자 감독인 저자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이라면 그렇듯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시에 대한 궁금증까지 모두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관심이 간다.
50대가 된 감독의 30대에 쓴 추억과 영화에 대한 열정, 시인들과의 만남, 영화감독이 본 영화이야기라.
영화관을 나서는 즐거움 대신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고 고통까지는 아니니더라도 마냥 즐거울 수 없던 영화관 앞 풍경과 영화 제목으로 워낙 유명해서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을 가야한다란 같은 제목의 시를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처음 서울로 올라와 처음 느껴본 TV라는 문화적 충격, 이소룡세대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아뵤~를 외치면 현란한 무술 솜씨를 보여준 무협영화,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쓰고 첫사랑을 경험한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아련하지만 쓰라린 추억까지 시인의 섬세한 표현으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쓰고 또 쓰던,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까지 스스로 키치 소비자라 하는 유하감독의 온통 버무러진 추억이 제목만큼이나 새롭다.
3부에 나오는 영화에 대한 유하감독의 영화평은 이미 옛날 영화가 되었지만 신작영화를 미리 보기 전에 훓어보는 시놉시스를 읽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재밌으니까 꼭 봐야한다는 평이 아니라 영화감독이라는 만든이의 시선이랄까 전문가가 말하는 아우라가 물씬 풍기면서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나가 버려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니다. 추억은 빛을 바랜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나만이 간직하고 있어서 또는 같은 시대를 겪은 이들만이 아는 모것이기에 무조건 다 아름답다. 앞으로 어떤 영화로 다시 유하감독을 만나게 될지 어떨지 그의 꿈처럼 한편의 시 같은 영화는 언제 볼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 해당 서평은 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