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보고 있어도 늘 보고 싶고 헤어지면 더 보고싶고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했는데 너 때문에 내가 못산다하면서 싸우게 만드는  사랑,   항상 아름답고 행복할 것 같은 사랑의 다른 모습은 서서히조금씩 그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질리지도 않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나올 수많은 이야기가 모두 사랑일테니.

 

  지금의 시각에서 사촌과의 결혼이라든가 겹사돈이라는 것이 거부감이 있지만 당시 유럽에서는 가문의 상속될 재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오히려 요새처럼 이혼증가로 가정의 해체는 언니가 숙모가 되고 이모가 동서지간이 되는 드라마의 출현과 어찌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 비극적인 사랑의 대표적이라 할 <폭풍의 언덕>(2011.12 문학동네)를 읽으면서 잠시 다른 작품과 헷갈려서 처음 진도가 더디게 나갔다.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세들어 살게된 록우드씨가 하녀장인 딘부인으로부터 듣는 이상한 폭풍의 언덕-언쇼가와 티티새 농원의 원주인인-린턴가 사이의 무섭고도 질긴 인연을 듣게 되면서 시작되니 왠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듣는다는 설정이라 더 이야기에 푹 빠진다.

 

  두 가문의 중심에 선 히스클리프와 며느리 캐서린 히스클리프, 헤어턴 언쇼 모두 어딘가 이상한 가족관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그리고 이종 사촌인 헤어턴이 한 집에 살고 있는데 서로 물고 뜯어 먹을 것 같은 어딘가 무서운 집안 분위기는 꼭 금방이라도 유령이 나올 것 같다.

 

  자신을 거두워 준 언쇼씨의 남매 히들리와 캐서린 사이에서 오히려 남매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던 히스클리프가 언쇼씨의 죽음으로 한순간 천덕꾸러기가 되고 자신을 경멸하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유일하게  캐서린을 향한 마음만 간직한 채 어려움도 구박도 매질도 모두 참아내지만 캐서린이 티티새 지나는 농원에  린터가의 에드거와 이사벨라와 교우지간이 되고부터 꼬여하고  상황은 히스클리프를 더 곤궁의 처지로 만들어 버렸다.

 

   갑자기 집을 나갔던 히스클리프가 어디서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부자가 되어 돌아와 한달음에 캐서린을 찾아가고 캐서린 역시 그를 보자마자 반가움과 동시에 잊고 있던 가슴에 품었던 사랑이 생각나지만 시누이 이사벨라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다만 그녀 곁에 있고 싶었다던 히스클리프, 유부녀인 그녀(캐서린 린턴) 가  해서도 안되는 사랑이지만 놓칠 수 없는 원망과 미움이 엉켜  정신착란 증세을 일으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의 영혼까지 모두 가져가 버려 복수의 화신이 된 히스클리프의 그야말로 인생 180도 변하는 상황이 몰고오는 비극의 전말이 가져온 대를 이은 불행으로 살아남은 이가 바로 세 사람이었다.

 

  히들리언쇼가 자신에게 했던 가혹한 고통을 그의 아들 헤어턴에게 대물림하고 고집스런 재산에 대한 탐욕까지 결국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쳐 그녀의 얼굴을 보는 등 섬뜩한 행동은  모두 사랑이란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 히스클리프 자신까지 파멸에 이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미 저세상에서 둘이 만나 이승에서 못이룬 사랑은 폭풍의 언덕에서 잘 살고 있을 거 같다.  매일 부는 바람이 되어  (왠지  거칠고 매서울 것 같은)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