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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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을 하지 않고  만국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것은 미술이나 음악이라는 예술분야이다. 이래야 한다 저래햐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시끄러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든다. 

 

   빠른 음악은 틀어 놓고  열심히 뛰다보면 내가 왜 화를 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아 주었던 한 곡의 음악을 되풀이 듣다보면 어느새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약보다 더 효과적이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이란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이 알게 되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온 프레모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연결하게 해 준 서경식 선생과 처음만나는 에세이집<나의 서양음악 순례>(2011.11 창비)이다.

 

 빠르게 유행하고 또 사라지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따라 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 나의 음악적 취향도 변하는가 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5분 방송하는 정다운 가곡을 듣기 위해 오후 3시 55분이 되길 하루 중 기다렸는데  이제 없어지니 더 아쉽다. 익숙한  정만섭씨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나오고 아내에 대해 아내이기 전에 벗이고 딸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아내소개에 시작부터 심상하지 않는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싶었다.

 

 사실 음악적 소견이 부족해 그냥 읽기만 하면 저절로 그동안 줄기차게 이름도 모르고 들었던 클래식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내게 저자의 음악이야기는 음악이야기전에 가족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야기였다.

 

  재일조선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두 형은 유학 갔던 한국에서 감옥에 갇히고 어머니는 60여차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옥바라지를 하다 결국 세상을 등지고 아버지 마저 3년 뒤 같이 하직한 슬픈 가족사를 정말 무덤덤하게 그리고 혹시라도 두 형의 유해도 자신이 거둬야하지 않는가 각오까지 한 상태에서  형들의 석방을 위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등 인권단체에 호소하고자 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음악이 귀에서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직접 피부를 통해 척추를 울리며 들어온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그야말로 매료된다.

 

 내가 속해야 할 곳은 음양도 색채도 없는, 치열한 투쟁마이 있는 세계였다.

 유럽에서 처음 지접 공연을 본 나는 다은 세계를 엿본 듯한 기분에 처절한 고독감을 느꼈다.

 

p99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가장 최근황을 말하고 있는 2010 잘즈부르크 음악제의 생생한 공연실황, 가슴아픈 현대사의 동베를린사건의 작고하신 윤이상선생과의 만남 그리고 끝내 돌아오시지 못한 고향 통영을 찾아 간 본 그 풍광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한 윤이상 선생 방에 걸린 그 모습이었음 확인하고탄성하게 된 저자의 말속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음악가들의 무덤을 찾아 나선 빈의 겨울 풍경은 쓸쓸하다. 무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모짜르트, 유대인음악가로 짧은 생을 마감했던 말러의 무덤, 그리고 말러의조카 딸 알마로제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음악을 이용한 나찌의 잔인한 폭력을 보고 있는 듯했다. 아우슈비츠에 여성 수인오케스트라, 가스실로 갈지 강네노동에 처할지, 수인 악단이 연주했을 음악을 프레모레비의 증언이 덧붙여 소름이 돋게 했다.

 

 마지막으로 두사람이 뽑은 오페라 3과 성악과 관현악베스트 3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부부의 아웅다웅하는 소소한 일상을 엿본 느낌이다.  읽다보면 다소 회색 하늘을 그리고 있는 느낌이 들다만 숨을 고르고 천천히 읽어야 그 의미가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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