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자동차 정비소에 들렀다가 한 쪽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계신분이 계셨다.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꽃 씨앗을 받고 계셨는데 차가 다 고쳐지는 시간에 더뎌지자 지루해 하는 아이에게 이리와 보라며 씨앗을 보여 주셨다. 시간이 지나 봄이 되자 잊을 줄 알았던 꽃씨를 심자며 신이 난 아이를 보면서 혹시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면 얼마나 실망할까 걱정했는데 기대이상으로 무럭무럭 자라 봉숭아 꽃물을 들일정도로 잘 자라주었다. 푸른 잎사귀와 꽃이 무성한 것을 보니 열심히 물을 주며 가꾸는 아이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아이와 꽃은 정말 어울린다. 무럭무럭 잘 자라며 꽃에 말을 걸고 물을 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일이다. 책을 읽기 전에 '꽃밭에서'라는 노래의 가사를 읖조렸을 때는 봄날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노래였다. 하지만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서> (2011.10 봄봄)을 읽은 후에는 같은 노래가 전혀 다른 노래가 되었다. 전쟁에 나간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으리라 상상하니 슬픈노래가 되었다. 한해살이 꽃, 분꽃과 봉숭아, 채송화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해마다 익숙한 꽃들을 키우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씨앗을 받는 과정이 소박한 그림의 배경과 어울린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언제고 다시 왔을 때 이쁘게 핀 꽃밭을 보고 밝게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열심히 꽃을 심고 가꾸는 아이에게 어머니께 아버지는 꽃이 지고 피는 동안 언제나 같이 있다고 위로해주고 있다.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빠른 랩이 유행처럼 번진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동요의 느낌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었다. 왠지 밋밋하게 느껴질 것 같은 동요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잔잔한 물결이 되어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