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한 아르바이트는 3교대로 일하는 공장이었다.  옷감의 짜는 실의 전단계인 원사를 뽑는 공장이었는데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했다.   불쌍히 여겨 잘 대해주기 보다 오히려 나를 경계하는 눈빛과  너도 어서 돈많이 벌어서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는 식으로 계속 말을 해주곤 했다. 
   두번째 간 곳은 대형마트가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대단지 아파트 사이에 있었던 수퍼마켓이었다. 나만 빼고 모두 주부사원이었는데 모두 파트타임으로 4시간씩 일하는 곳이라 늘 일하는 우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는 관리자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일하곤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점심을 못먹어서 늘 배고팠던 그시절, 자주 듣던 말은 자기들은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와서 일 다했냐고 다그치는 소리였다.

 

  두 군데 모두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인상적인 일들을 남겼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감내해야 했고 수퍼에서는 배가 고프지만 돈이 있어도 사먹어서는 안된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고파도 참아야했다.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말해서 혹시 짤리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다.

 

   속에서 뭔가 부글거리는 것을 참고 말할 수 없는 억울함으로  똘똘 뭉쳐 있던 시절이었다.

 

   정당한 위반이라는 것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불법이지만 주장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있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 <정당한 위반> (2011.10 철수와 영희)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 비겁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를 보게 한다.   사는 게 바빠서 누군가 나대신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져야 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는 것은 되풀이 되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만 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활활 타오르는 망루안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휘뿌연 안개같은 물속에 혹시 살아있지는 않더라도 사체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같이 가슴졸여야 했던 사건 사고들,  버스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전쟁을

통해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단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처참한 지진현장에 달려가지 못하지만 가슴으로 아파하는 저자의 눈으로 다시 되새기고 잊지 말기를 당부하는 124편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더 커진 눈으로  어서 보라고  다짐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