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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편지 -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나 자신과의 대면
휴 프레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는 말이다. 속담도 아니고 지혜에 가까운 명언이다. 하지만 살다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오히려 새록새록 가슴에 남아 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털어지지 않는 찌꺼기가 마음을 흔들어 뿌옇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명절이다. 한국에 사는 여성들이 겪는 공통된 일년에 두번 있는 명절증후군이 있다. 요즘에는 오히려 가끔 만나게 되는 친척들로 인한 반가움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정이 들기는 커녕 서로 시간 때우기내지는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다. 또 그로인한 긴장감에 오히려 감정에 골이 깊어지는 것도 한 몫을 한다.
여자의 입장에서만 아니라 처가에 들러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남자의 입장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아주 안가는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하게 될까 눈치작전도 펴야 한다. 우스개 소리라도 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칫 썰렁해질까 조용히 앉아 있는 것도 사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될 게 뻔하다.
세상에 모든 일이 나를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거나 정말 아주 정말 소소한 일에 갑작스런 분노가 끓어 오를 때면 내안의 헐크가 살고 있는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한다. 과연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을 담을까
<나에게 보내는 편지>(2010.12 판미동)은 나를 감동시키려하는 잠언집과는 다른 형태로 다가와 뿌옇게 흔들린 마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힌다.
하루를 시작할 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감격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지 않는다. 저자는 아내와 산 4년이나 살았으니 기적같은 일이라고 시작한다. 죽음을 떠올리니 남겨진 것에 대한 후회가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지나온 생이 생각난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일 중심으로..
올 해 첫날 부터 자동차 바퀴에 펑크가 나서 추운 날씨에 오르막 길에 차를 세우고 바퀴를 가느라 엄청 고생을 했다. 그동안 펑크가 난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새해 첫날 일어난 일이라 내심 고민하기까지 만들었다. 혹시 무슨 나쁜 징조는 아닐까 그것도 펑크가 나기 전에 있었던 불길한 일(차키를 어디가 둔지 잊은 일-나중에 찾았지만)은 그 불안함을 더 가중시켰다. 마음이 바빠 잘 넣어둔 곳을 잊고 온 가족을 덩달아 허둥되게 만들었던 남편의 실수에 다른 때보다 배로 화를 내버렸다.
흔들리는 마음이 현재를 피하고 사랑을 피해
사소한 문제들 사이를 떠돈다.
그것을 다시 추스르려 애쓰는 것이
답은 아닌 듯싶다.
오히려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는 것이 답이다.
어떤 페이지를 열어도 페이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 페이지수가 없다고 해서 어디까지 읽어나 굳이 찾을 필요도 없는 점이 이 책에 장점이다. 한번에 다 읽어도 하루에 한 장씩 읽어도 된다. 하지만 그 효과는 남다른다.
특히, 아직 벌어지지 않는 불안한 예측을 하면서 마음을 흔들었던 요즘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