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다소 만화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함을 지닌나머지 가볍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예측 할 수 없고 결말엔 가슴이 서늘해지게 만들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 다양한 책들이 주는 다양한 느낌의 글들에도 어느새 익숙해져 갔다. 이를 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을 때면 스파케티면을 삶아야 할 것 같고, 고양이 한마리를 그림으로라도 한장 쯤 끼고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 경지에 오른걸 보면 나도 이제 마니아인가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라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샐러드보다 사과와 각종 과일을 있는대로 마구 썰어놓은 사라다가 먹고 싶었다. 햄버튼은 햄버거가 땡기기도 했지만 정작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는 상태에서 페이지를 마구 넘기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채워주게 된 고양이 한마리, 사라다 햄버튼과의 이야기다. 고양이 이름이 였군 싶다가 흔히 애완견을 키울 때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짝사랑 하던 이의 이름을 대신 붙여 대리 만족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적이 있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무 관계없다. 정작 이름은 있는 건 고양이 뿐이다. 주인공은 k,떠나버린 연인은 s, 자주 만나던 달리웨이라는 술집에 여자 아르바이생은 r이고 그 밖에 인물로 어머니, 아버지, 고양이 탐정도 이름은 없다. 문학동네작가상이란 데도 역시 그 끌림이 있었다. 왠지 새로운 인물들로 가득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는 동안 익숙한 이름의 상표라든가 TV프로그램 이름 때문인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어디서 본 적이 있은 듯 익숙하다.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순탄지 않은 가족사가 있고 (얼마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혼한 아버지에게는 이제 곧 태어날 동생이 있다) 그리고 별안간 동거하던 여인이 이유도 마땅하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실업자 상태다. 모든 게 자신과 연관은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다. 오직 길을 읽은 고양이 한마리를 매개로 한 달리웨이의 아르바이생 R과 나누는 이야기가 위안이 된다. 그러다 주인을 찾아주려 고양이 까페에 올린 글을 보고 나타난 고양이 탐정에게서 고양이의 전주인의 연락처를 얻게 되고 떠나버린 S와 아는 사이였다는 다소 미스터리한 부분이 길지 않은 두께의 책을 읽는 속도를 가속화 시킨다. 캐나다에서 찾아온 아버지에게 듣는 어머니와 첫만남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을 회상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인 아버지에 대해 한번도 애기해주지 않으셨던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 알려주는데 거기서 자신과 닮은 독신인 사장님을 마주하게 된다. 흔한 레퍼토리라면 얼싸안고 울 것같은 장면을 예상했지만 마치 일본소설에서 흔한 주제인 너는 너 나는 나식의 관계만 있을 뿐이다. 고양이의 주인의 전화번호를 손에 쥐고도 물어 보고 싶은 S와 어떤 사이였는지 그녀가 떠난 이유는 무엇인지 딱 떨어지는 정답없이 의문점만 남기고 끝난다. 어떤 기막힌 반전이라든가 강한 메세지가 남는 소설을 기대하고 읽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너무 밋밋한 거 아니야라고 느낄 만큼 어떤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물들의 연결되는 관계가 정말 자연스러워 익숙하다라는 느낌이 들정도다. 책이 끝나고 작가의 소감도 끝나고 작가와의 인터뷰가 재밌었다. 글의 나오는 인물들의 모티브는 어디서 어떻게 나온것인지 작가가 된 계기는 또 어떤지 정작 나는 글보다 신인작가에게만 관심이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