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평생을 걸쳐서 하는 것중에 3분의 1은 잠이다. 잠을 푹자고 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듯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중에는 잠 못지 않은 중요한 것은 어릴 때만 읽었던 위인전 한 권일 수도 있다. 짧지 않은 일생을 살면서 치밀한 계획도 중요하다. 순간순간 느끼면서 살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남의 인생도 들여다 보고 대신 살아보기도 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읽어야 진한 감동을 느끼는 일은 요즘처럼 봇물처럼 쏟아지는 책들 틈에서 어려운 일이다. 아니 잘못 고른 옷만큼이나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경우도 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일만큼 누군가 읽은 책에 대한 계획한 것이 있다는<평생독서계획>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증을 더한다. 우선 어려워 감히 손에 쥐기 어려웠던 고전부터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숙여지는 작가들을 그냥 찔러보기 하는 느낌으로 책을 만났다. 무엇보다 이책은 특징은 속이 꽉찬 느낌이 들게 해준다. 1960년대에 발행되어 수정 증보된 4판인데다가 인문, 문학 , 희곡, 과학 심지어 종교의 경전인 코란까지 다루는 데다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책들도 시간의 배열로 되어 있어 책들이 작가의 일생을 일단 다루어 주고 있어 자칫 책에만 집중할 뻔한 것을 작가중심이라 어려운 책일수록 이해할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 동화책으로 기억하는 걸리버 여행기는 문장은 어린이용지만 의미는 성인용이라는 데 놀랍다. 저자는 이 작품이 암시하는 풍자를 신경쓰지 말고 정치적 알레고리를 이해하길 당부한다. 그리고 마지막 마인국까지 확인하고 싶게 만들었다. 재밌는 사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을 읽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을 듣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읽으면서 3분의 2이상을 헛소리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소개한 모든 책을 칭찬일색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 지루하지 않게 한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오만관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수년동안 집필실 없이 소설을 썼으며 그녀의 글에 나타나는 유쾌하고 적극적인 삶은 결혼도 하지 않는 그녀의 오직 상상력이라니 감탄스럽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로 <맨스필드 공원><설득><이성과 감성>까지 추천해 준다. 저자가 극찬하는 몇 안된 작가중의 하나다. 찰스 디킨스의 대한 평가가 인상적인다. 걸리버 여행기처럼 그의 글도 어린이용으로 치부되어 사실 쉽게 읽히지만 그의 진지한 삶에 대한 이해를 위해 <골동품가게>를 읽고 웃을 수 있는 진지한 예술가의 진면목을 발견할 줄 알아야한다고 당부한다. 호메로스,소포클레스, 헤로도토스부터 현대작가로 이어지는 책들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루어 지루하지 않고 술술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장점이 있다. 아니 책소개만 읽어도 마치 다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133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들의 소개, 가장 잘 번역되어 있는 책들의 일련 목록까지 앞으로 내가 읽어야 할 많은 책이 되리라는 숙제를 남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