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강좌를 들으러 갔다. 요즘처럼 부모가 아이들의 학습 컨설팅을 해야 하는 분위기에 맞춰 정말 많은 엄마들이 왔다. 강의가 시작되려는데 강의를 하러 오신 분이 일단 엄마들에게 묻는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아침일찍 나오셨느냐고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하면 내아이가 공부를 재밌게 잘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하고 왔노라고.. 까르르 다들 웃는다. 그럼 지금 엄마들은 학생때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셨느냐고 오히려 질문을 받자 당황한다. 질문을 할때는 당당했는데 질문을 받자 다들 얼음이 된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 준비하지 못한 탓도 있고 스쳐지나가듯 내아이와 매일 잔소리를 하는 내 모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과목보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문은 수학이다. 사실 엄마인 나도 잘모르면서 아이를 코너에 몰고 가는 기분이 일단 들기 시작했고 예전에 배웠던 산수가 아니라 정말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른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엄마들의 경직된 (일단 수학문제를 풀면서 설명할 줄 알았던 살짝 긴장된) 분위기를 풀고자 수학이야기를 시작하기전에 말씀하신 A4크기의 흰종이를들어 보이셨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종이에 숨은 비밀을 아시냐고.. 어 모두들 긴장한다 그냥 종이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경제관념이 투철한 독일에서 발명된 이 종이를 계속 접어 보이면서 언뜻 보아도 크기는 줄지만 종이의 비례가 같아서 계속 접어 나가더라고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을 설명하셨다. 흔해서 종이의 크기가 어떻든 나와 무슨 상관이랴 싶었는데 작은 종이 예만 보더라도 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에 아하고 감탄한다. 아이에게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꼭 얘기해줘야지 하는 자신감까지 들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차지하는 수학의 많은 예가 궁금하던 내게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2010.10 살림math)를 통해 수학이야기라 더 반갑다. 주변의 친숙한 사물이나 수학자들의 인간드라마를 통해 수학하는 즐거움을 알리는 '사이언스 엔터테이먼트'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저자의 특유의 유머가 수학공식만 보아도 괜히 거부감을 일으키던 나같은 사람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서 언급한 A4용지에 숨은 비밀의 더 자세한 이야기와 컴퓨터는 왜 쓰면 쓸수록 느려지는지 컴퓨터의 입력과 저장에 얽힌 이진법을 오랜만에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요새 한참 길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cm,m의 개발하게 되어 세계적인 기준이 된 얽힌 이야기, 수학자들의 특이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 가상이지만 수를 처음 발견하게 되고 0이 나오기까지의 저자의 가상시나리오는 아이에게 설명할 때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언어보다 인간이 현재 쓰이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인 수, 수학이 되면서 주는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내고 일상생확 속에 숨은 수학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오랜만에 할 말이 많아지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