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이맘 때 애들아빠가 장기해외출장을 앞두고 괜히 마음이 뒤숭숭한데 갑자기 전북 고창을 가자고 했다.  뜬금없는 말에 그냥 아이들과 나들이 겸해서 나섰는데 생각보다 길은 멀었고 도착한 곳은 복분자 축제가 한창이 선운사입구에는 수많은 인파에 정작 선운사는 구경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시식행사 주최측의 복분자 와인을 두 잔이나 먹고 설문지까지 하는 남편,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왔나 싶어 얼른 집에 가자고 하는데 큰애가 나를 보고 눈을 찡그리고 있는 것이다. 

 "왜 눈이 어디 아퍼?"라고 묻는 내게 아이는

 "아니, 눈으로 엄마를 사진 찍고 있는 거야"


  내 우울한 기분을 알고 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그 말이 어느새 내얼굴에 미소를 만들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 무뚝하고 이제 사춘기를 겪게 되겠지 싶으니까 상상하기 싫어졌다.
 

 제목이 눈으로 하는 작별이라는 데 맘에 들었다. 눈으로 사진을 찍는 우리아이와 나는 어느새 이미 눈으로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과 잠시지만 이별을 하고 방과후 아이를 만나지만 또 언제가는 이별을 하게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 룽잉타이는 두 딸의 엄마이자 중화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화려한 약력과는 달리 <눈으로 하는 작별>(2010.5)은 그녀의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의 일상, 아버지와의 대화는 딸로서 그녀의 삶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는 에세이집이다.
 

 엄마를 걱정하는 저자가 엄마와 나누는 대화를 읽을 때와는 반대로 그녀의 딸이 보낸 이메일에 나온 '심심해닷컴'을 읽다가 웃다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p 141 

 행복이란 아침에 손을 흔들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 아이가, 저녁이 되면 아무 일 없이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와서 책가방을 방 한구석에 던져버리고 냄새나는 운동화를 의자 밑에 쑤셔 박은 것이다.
 

 하교 시간이 되면 늘 아이가 오는 지 창밖을 바라다 보는 내 일상중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구절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옷으로 수의 대신 준비한 여행복을 입혀드리는 모습에서 그만 울고 말았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에게 때로 모진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는 후회는 커녕 서운해하기만 했는데 오늘따라 멀리 계신 아버지께 안부전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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