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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제목을 보면서 순간을 나타내는 '모먼트'가 며칠전까지만 해도 봄이 오긴 올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무색하게 느낄 만큼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게 되리라 짐작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꽃은 어김없이 봄이 되니 다시 활짝 피는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사람은 언젠가는 꼭 죽는다 사실앞에서는 왜그리도 이해할 수 없고 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다.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주인공 간다는 대학 4년생으로 취업을 고심하는 와중에 소꼽친구의 소개로 학비도 벌겸 병원에서 청소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꼽친구인 모리노는 장의사이다. 좋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데도 이상하게 욕을 먹는다는 말을 하지만 자신의 일이 가업을 이어받은거라 그만둘 이유도 없는데다 무척 열심히 한다.
(병원을 돌면서 직접 명함을 돌리기도 한다. 환자에서 돌아가시게 되면 연락달라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의 간다는 어느날 병원에 돌고 있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사람의 말을 통해 혹시 자신을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 소문이란 곧 죽게 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흑의를 입은 사람이 찾아오는데 이제는 청소부 복장으로 찾아와 꼭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고, 혹시 간다가 그가 찾는 인물이 아닌가 넌지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4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혹시 이책이 미스테리소설이 아닌가 의심이 들정도로 반전이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각하지 않고 가히 사립탐정을 고용하듯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까지 탐정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번째 고용인은 전쟁중에 자신이 소대장의 명령으로 배신자라는 오명을 받을까봐 대신 죽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죄책감에 지금 죽음을 얼마 안남은 시점에 용서를 받지는 못해도 남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노인, 열네살 소녀가 우연히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내보이며 반송이 된 주소지에 자신과 친구들옆에 찍힌 한 남자를 찾아 꼭 사진을 전해달라는 부탁, 유부남을 사랑했던 외롭게 살아간 한 여인과의 짧은 데이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병원 특실에 있는 과거 파산한 기업가의 이야기와 서서히 밝혀지는 진짜 흑의의 인물까지..
죽음이 코 앞에 다가온 사람들이 가진 마음이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던 주인공의 모습이 차가운 병실에서 서서히 다가올 차가운 죽음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리 짐을 덜고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오랜만에 영상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