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티 - 영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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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입시만 끝나고  꼭 해보고자 했던 일이 있었다.  발표가 아직 안나서 다들  말조심을 하고 있다가도 이젠 남은 시간 주체할 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긴장한 탓에 서로 맘에도 없는  신종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중에는  말도 안되는 야간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든가 병원 장례식장에 가면 장의사 보조역할을 하면 단 시일에 큰 돈을 만질 수 도 있다는 것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어울리지 않게 나는 미뤄두었던 책읽기 계획을 세웠었다.  세계문학전집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면 졸업할 때까지 30권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막상 계획을 잡아 놓고 도서관을 찾았을 때 느꼈던 내  참담함이라니.. 아마도  지금처럼 새롭게 구비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했지만 너무도 낙후된 책 상태들을 보고 선뜻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었고 무슨 책을 먼저 고를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고르다 보니  하루에 한 권씩이었던 계획은 점점 한달에 한 권이 되고 결국에는 10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인생이 다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은 많겠지만 그 때 내 계획을 이루었더라면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 시기도 다 커버린 어른이 아닌 학창시절이었다면 인생의 행로가 지금과 180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부터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에 치여 책을 읽을 엄두조차 못하게 하는 한국사회의 일원인 것을 탓하는 핑계만 하고 있다.

 

 창비세계문학에서 9권세트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어쩜 내게 숙원같았던  소원을 풀어줄 것 같은 섬광같은 반가움이었다. 먼저 눈이 가는 영국편에 수록된  작가들을 훓어보니 핵심만 뽑은 쪽집게와 같이 꼭 읽고 싶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버지니어 울프의 <유품>나 도리스 레씽의<지붕위의 여자> 작품은 여성의 권위가 세워지기 시작한 영국사회를 대변하는 듯하면서도 또 산업혁명의 선두였던 당시의 상황의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철도에서 사건사고를 잘 표현한 찰스 디킨즈의 <신호수-철길에서  깃발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사람>나 테스의 작가로 알려진 토머스 하디의 <오그라든 팔>은  왠지 섬뜩하기도 했다.

 

  특히,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해를 돕는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이야기를 작품이 끝날 때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출판사를 불문하고 좀던 궁금했던 다른 작품들을 추천해주는등 친절함까지 느낄 수 있다.

 

  총 11편의 작품들 중 어느 하나도 놓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도리스 레씽의 매력적이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붕위에서 일하는  세남자가 자신들의 처지와는 너무도 다르게 건너편 지붕위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고 있는 여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결국 포기 하지 않고 직접 말을 건네지만 본전도 못건지고 돌아오는 것은 오직 자신의 착각으로 욕설만 먹고 돌아가는 데 왠지 통쾌하기까지 했다.

 

 영국편을 시작으로   이번 기회에 꼭 다 읽어 보고 싶은 욕심나는 창비세계문학 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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