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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현주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우리집 애완동물인 햄스터와 헤어져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왔을 때에 비해 거의 돼지가 되다시피 해서 내가 햄스터돼지라고 놀려대던 두 마리중 한마리가 그만.. 사실 나는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시원함마음이 더 많았는데 한참동안 울던 아이를 달래다보니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전히 먹이를 주고 물을 주고 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좀 안정이 되었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던지는 질문이라니"엄마, 햄스터가 죽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대충 둘러대느라 아이가 느낄 마음의 상처는 미처 생각도 못하고 머리만 복잡했다.
그순간 차라리 대답하는 어른말고 질문만 하고 맑은 눈으로 눈을 껌벅이며 멋진 대답을 기다리는 어린이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무슨 잘못을 해도 다 받아주고 감싸줄 것 같은 분 할아버지의 나직한 목소리가 포근하게 전해지는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2009.12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마음이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와 청소년들의 질문을 손글씨로 답장하신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질문도 질문이지만 답변이 모두 훌륭하다. 역시 동화작가출신의 목사님의 말씀이라 그런지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신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질문도 사실 놀랍기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질문일 거라 막연하게 예상했는데 의외로 우리때와는 달리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자신들의 마음에서부터 통일이나 세계화까지 오히려 어른이라고 착각한 나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구나 놀라고, 또 이현주목사님은 그 모든 질문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대답해주신다.
질문하는 이에게 칭찬하신다.
p43
"그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 그것이 너를 훌륭한 사람으로 이끌테니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그가 찾은 '대답'이 아니라 그의 가슴에 묻혀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
때로 아이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칭찬하지 않은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 꼭 내게 필요한 모습이 모두 담겨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