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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이 살아가는 생의 마감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내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도 담고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아니 다 찍고 나서 본 비디오에 담긴 거라곤 다 편집할 것 밖에 없을런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나 란 존재가 잠시 머물다간 흔적은 남아있을테니 그또한 아쉬울 것도 없겠지하는 푸념이라도 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존재라는 생각이 잠시 해보았다.
읽기 전에는 주인공들이 인간 복제로 태어나 클론들이라 SF소설이라는 느낌이 들게 되었던 <나를 보내지 마>(2009.11 민음사)는 왠지 냉정한 분위기가 줄기차게 나올 것 같았다.
간병사로 근무중인 캐시가 자신에게 헤일셤 출신이니 얼마나 좋았겠냐고 묻는 환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만나 평생을 같이한 세 친구, 캐시와 루스 그리고 토미는 어린시절 자신의 존재가 장기기증을 위해 태어났음을 알고 있다. 그 곳에서는 모두 학생과 선생님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부모는 왜 없는지는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그림이나 시가 얼마나 창의성을 띠고 마담에게 선택되어 '화랑'이라는 곳에 걸릴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계절마나 열리는 판매회에서 자신에게 필요한(딱히 그럴 가치가 보이지 않는) 물품을 구하는데 필요한 토큰도 역시 관심거리다.
간혹 선생님들의 말씀을 읽어야 이곳이 미래의 어느 곳에서 벌어질 일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이지 처음에는 학생들의 대화나 친구들끼리 질투내지는 시기어린 장난을 보면 그들의 평범한 십대 소년소녀들이다.
사건의 전개가 오직 캐시의 기억속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드문 드문 다시 읽어야하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읽고 있는중 딴 생각을 했다가는 무슨 이야기였지 할 수도 있을 만큼 집중해야한다.
그렇게 의문투성이의 헤일셤의 생활이 끝나고 코티지라는 곳으로 가게 된 세 사람은 다른 곳에서 온 클론들을 만나면서 혜일셤이라곳은 자기들이 있던 곳과는 달리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입증하기만 하면 기증을 '유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간의 궁금했던 자신의 근원자와 더불어 그런 사실이 정말인지 궁금해하게 된다.
결국, 루스가 기증을 하고 나서 죽게 되자 토미의 간병을 하게 된 캐시는 자신들의 그림들을 가져갔던 '마담'이 사는 곳을 알게 되고 토미와 함께 찾아간다. 그곳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 교장 에밀리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왜 그들이 그곳을 찾아 오기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한 특히,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제는 흔적조차 없어진 헤일셤에서의 일들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마치 머리에서 기운이 완전히 빠져 버린 순간에 풀어야 할 수학 문제가 주어진 것 같았다. 어딘엔가 먼 곳에 답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힘을 내 거기를 걸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왔다가 가 버리는 유행과도 같군요. 우리에겐 단 한번밖에 없는삶인데 말이예요.
마지막까지 자신의 그림을 챙겨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토미의 허무하기 짝이 없는 행동하나 까지도 가슴이 먹먹하게 한다.
이제 다 읽고 난 후에 내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올해 내가 읽었던 책들중에 마침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이 시점에 꼽는 바로 올해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