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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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자주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아이를 업고 급하게 뛰어들어 가서 접수하고 나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아이의 이름이 불리기까지.. 그 초조함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런지는 뒷전이고  아이에게 어떤 점이 소홀했는지 나자신를 자책하게 되는 시간이다.

  기다림을 기다리며..

  기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등 기다리면서 느끼게 되는 생각들을 아주 소소한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2009.10 푸른숲)을 읽으면서  저절로 나는 어떤 기다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란 사람은  기다리는 데 익숙할 대로 익숙한데도 늘 불안하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오는 시간이 고작 학교에서 집까지 길어야 20분이지만 그 시간이 긴장하면서 기다린다.

  우리가 기다림을 배웠기 때문이다.

  마치 휴지가 물을 흡수하듯 자연스럽게 기다림을 배웠기 때문에 익숙한 기다림에도 늘 지루하지만 기다린다고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까지 며칠을 기다리고 생일날까지 기다리기, 열두살이 되기를 열 ,여섯살을 되기를..

  
  p 40 

  우리는 '오늘' 이 아닌, 일기예보 속의 과거를 살았다. 미래에는 늘 희망이 없다. 우리가 미래를 알 때는.

  우리는 지금 이미 과거에 산다.

   눈이 갑자기 많이 와 기차가 우회와 환승으로 네 시간 반이나 기차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작가는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서 (관찰이 아닌 지켜보기) 이미 지금이란 시간을  즐길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투표때마다 늘 무효표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투표 결과를 두고 자신의 무효표가 나온 것을 확인 하고서야 (세 시간이나 기다림 끝에)개표가 잘 되었다고 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요즘처럼 컴퓨터 예측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기다림을 방해하고 사람들을 흥분시키기만 하고  내표를 통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예측을 입증할 뿐이므로..

  아내가 정리해 놓은 서류철을  정리하면서 아내의 부재를 느낄 때면 왠지 쓸쓸해보이다가도 딱한번, 처음 한 번만을 위해 물건을 사고 매뉴얼을 열심히 들여다볼 작가의 모습이 연상될 때는 오히려 나이를 잊은 작가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글을 쓰기 위해 덜컹거리는 기차에 오른다는 작가, 울림과 소리를 더 풍부하게 제공하는 이등칸을 선호하는 이등칸에 같이 기차를 타고  사람들을(관찰이 아니라 그저 쳐다보기) 통해 마감날짜를 지켜낸다.

 수록된 글들이 칼럼을 모은 것이라고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그냥 쉽게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경우에 시대를 훌쩍 넘나드는 연륜에서 느껴지는 깊이 있는 문구에 두세번 다시 읽게 되고 또 그 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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