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가슴이 뜨겁고 아프다

우아한 거짓말 ㅣ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중학생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했다. 반친구들의 집단따돌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이생과 하직을 하고야 말았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리다. 
 
 아이엄마가 된 뒤 나는 오히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된 입장으로 부모의 마음은 한번이라도 생각했을까에 더 공감하게 된다. 부모의 가슴을 마구 쑤시고 갔을 자식의 죽음앞에서 모두 허물어지고야 말거라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알고는 갔을까

 첫장부터 가슴이 철렁하게 한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죽다니..

 주인공 천지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와 언니 이렇게 세 식구가 어렵지만 행복하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신문 기사만큼 짧은 ,평범한 사연의 주인공이었는데 어느날, 자살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로 아이들의 끊임없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언니 만지와 엄마는 천지의 죽음 앞에서 너무도 의연한 모습이다. 아니 애써 감추려 하지만 행동에서 말에서 마음으로 꾹꾹 누루고 있음이 짐작된다.그리고 천지의 죽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사람, 화연이는 어려운 살림에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천지에게 처음으로 다정하게 다가왔지만 오히려 서로 만나지 말아야 했던 친구다.


 뭔가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듯 천천히 밝혀지는 화연과 천지의 관계가 꼭 지난 어린 내 중학생시절에 보았던 일상들이다. 집단따돌림은 기본이고 단짝친구들에게서 느꼈던 미묘한 사춘기 소녀들의 이기심이랄까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각난 기억들이 만나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천지가 죽음을 선택한 마지막 순간을 독백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가슴이 먼저 알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힘들었어라고 묻고 싶을 만큼

 
 사는게 힘들고 미쳐 신경쓰지 못해 더 마음 아팠을 엄마의 마음이 게워내는 짜장면이 그리고 자식 잃은 독기품은 어미새가 되어 화연엄마에게 퍼붓는 말속에 묻어난다.

 전작 <완득이>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데 반해 <우아한 거짓말>은 한 소녀의 피우지 못한 안타까움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리면서 역시 김려령 작가의 특유의 예리한 표현은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