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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혼자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무도 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었던 적이 있다. 마치 어린아이였을때 다락방에 몰래 숨어 들어가 누구에게 들킬까봐 숨죽여 있을때의 그 긴장감을 다시 맛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만의 공간으로 침대밑을 선택한 그녀, 린은 메이드로 호텔에서 일하던중 우연히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다가 침대밑이 오히려 그녀에게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책의 두께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몇시간만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얇다. 제목이 던지는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엿보는 것을 연상시켜 궁금증이 더했지만 사실 그녀가 하는 낯선이와 같이 있는 호텔방, 침대위의 일은 그녀의 상상일 뿐이다.
p129
단 하룻밤이라도, 그래서 자신이 위에서, 침대에서 어떻게 누워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라고,그아래,그림자속에서,그렇다. 린은 생각했다. 난 원한다. 누군가 내 침대밑으로 들어오길,난 원한거다. 한번만이라도 누군가 내 삶에 귀를 기울여주길..
처음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을 모두 정해진 일로 채워지지 않으면 불안하고 조그만 먼지에도 참지 못하고 결벽증이 있구나 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6개월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퇴원후에도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이라곤 의사와 호텔에서 일할때도 동료와의 대화모습도 극히 적다. 혼자중얼거리듯 혼자만의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모습이 어쩐지 외로움을 잊고 싶어서 하는 행동임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다 알게된 키아라와는 물론 돈을 매개로 만나는 관계다. 린은 온전히 자신을 알아봐주는 그녀와 여행을 가고 싶어하지만 더이상 만나지 못하고 그녀가 오지 않는것은 아닐까 걱정하다가 결국 그녀가 오지 않는데 발길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는 엄마의 집으로 간다. 엄마와 살았던 집에 와서도 침대위보다 침대밑으로 들어간다.
정말 그녀의 끊임없는 생각의 고리를 따라가기 숨가쁘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이 그리고 상상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