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최영미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아직까지도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제목에서  꼭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것같아 꼭 읽어봐야지 하다가 '도착하지 않은 삶'을 먼저 읽어 보게 되었다.
 

  '도착하지 않은 삶'을 읽으면서 다가갈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이른 어렵게 느껴지게 하는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왠지 늘 보아왔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친근하다란 느낌이 들게 되었다.. 

   학교에 다닐때에는 시를 감상하고 느끼기도 전에  교과서에 먼저 만나서 그런지 시는 외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기겠 했지만  또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 늘 나를 시와 가깝게 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반면 최영미 시인이 좋아하는 시라면 나도 덩달아 좋아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사랑하는 시>(2009.10 해냄)를 만나게 되었다. 

   평생 찾아서 읽어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기대이상의 세계의 명시들이다.  거기다 작가가 들려주는 시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시를 읽는 재미와 이해를 돕고, 젊은날 시인이 읽었던 그 장소와 그 때 그 느낌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네루다, 도연명, 정약용, 김수영, 김기림, 셰익스피어. 존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헤밍웨이의 의 소설 제목으로 뽑힌), 라이너 마리아 릴케까지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옥같은 시들을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이름과 시가 연결이 안되었던 동서고금의 시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p24 

 소네트 71 : 내가 죽거든

                 윌리엄 셰익스피어

 내가 죽거든 싸늘하고 음산한 종소리를 듣고
 종소리보다 오래 애도하지 마세요.
 가장 천한 구더기와 살려고 내가 이 천한 세상을 떠났다고,
 세상에 경고하세요.
 이 시구를 읽어도 시를 쓴 손을 기억하지 마세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그대의 향기로운 머리에서 잊혀지길 바라니까요.
 나를 생각하면 그대는 슬픔에 잠길테니.
 (중략)
 당신의 사랑도 나의 목숨과 함께 썩어 없어지게 놔두세요.
 영악한 세상이 그대의 슬픔을 꿰뚫어보고,
 내가 사라진 뒤에 그대와 나를 조롱하지 않도록

  4대비극으로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시는 처음 읽었다. 그의 희곡에 나오는 글만큼이나 시도 언어의 마술사 답게 역시 애절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워낙 종교전쟁과 흑사병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던 때라 시체를 연상시키는 '천한 구더기'같은 구절이 자연스럽게 시에도 등장했으리라 짐작하게 해준다.

  시를 쓰지 않더라고 시를 알아보는 맑은 눈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시인의 당부의 말이 읽는 내내 시와 내가 한 발자국 가까워지게 한다.   어느새 낙엽도 다 떨어지고 덩달아 달력의 마지막 장이 다가와서 그런지 내 마음도 쓸쓸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이럴 때 읽는  시 한편과 마시는 차한잔의 여유는 그 어떤 몸에 좋다는 보약보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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