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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김은경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생각이 엉켜서 헝클어진 실타래가 돼버린 경우 머릿속이 하애졌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요새 내가 자주 겪는 일이 돼버렸다. 분명히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는 게 무슨 병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기쁘고 즐거운 일들은 애써 기억해내려 노력해야 하지만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은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 조짐만 보여도 어깨가 움츠러들만큼 겁부터 난다.
이런 모든 일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럽고 또 일부러 안 좋은 일들은 빨리 잊는 것이 건강에도 또 삶을 살아가는데에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작은 이야깃주머니 망각의 힘(2009.8 북바이북)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에 상당한 두께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얕은 두께에 당황하게 된다.
우선 소제목만 들여다 보면 원숙한 학자의 글만큼이나 간결한 문체에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처음부터 읽어봐도 재밌지만, 작가의 후기를 먼저 읽고 시작하면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왜 책이 얕을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책을 다 읽어야 알 수 있지만, 그 전하는 의미는 결코 간단하거나 쉽게 지울 수 없는 50여 편의 글모음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나이가 먹을수록 생긴 저마다 가진 선입견은 콜레스레롤에 비유한다. 무조건 몸에 나쁘다는 인식을 한 콜레스테롤도 때로는 오히려 몸에 이롭듯이 선입견도 무조건 나쁘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거나, 무조건 잊어버리면 안되라는 강박관념은 밥을 잔뜩 먹고 소화를 못 시켰을 때 느낄 더부룩함만큼이나 몸에 해로워서 망각(잊는 작업)이야 말로 지식의 소화불량(지적 메타볼릭 증후군)에서 벗어나 제대로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주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글들이 적절히 잘 조합이 되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들도 있다. 자칫 오해의 소지를 가져 올 수 있었던 일 특히 문병에 대해서 무조건 문병을 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아픈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 하지 않는 자신의 건강을 아픈사람에게 마음속 어딘가 이유없는 우월감을 느낄 때, 그걸 덮기 위한 행동으로 위선적인 행동이라 지목한 것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 사고의 전환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임을 알게 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