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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프랑스영화 보고 나면 그 느낌이 오래가는 걸 느낀다.왠지 심각하게 보이기고 하고 짜임새가 치밀해서 헐리우드영화에 비해 집중을 요하는 점을 빼면 나름 묘한 매력을 즐기는 편이다.
작가 장폴 뒤부아의 작품< 이성적인 화해>(2009.8 현대문학)은 영화 아멜리아를 만났을때처럼 생소한 유머에 익숙해지기 위해 처음에는 어렵지만 볼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한다.
시작부터가 이색적이다. 화장터에서 기계고장으로 멈춘 상태를 알리는 직원의 말에 커피는 더 있는지 묻는 아버지 어딘가 이상하다. 큰아버지의 죽음으로 모이게 된 가족들, 아버지와 아내 안나 그리고 주인공 폴은 아버지를 경멸하던 재산가였던 큰아버지가 죽으면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게 된 아버지를 보고 놀란다.
철저히 가족을 위해 충실하고, 검소했으며 매주 성당에 나갔던 아버지가 자신은 사실 무신론자였으며 중도우파에 거기다 더한 사실은 한번도 자신의 아내 즉,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한편, 극심한 우울증에 걸린 아내 안나는 매일 잠만 잔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판권을 산 프랑스 영화를 위해(폴은 직업이 스크립트 닥터)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버리고 고심끝에 미국행을 결정하지만 여전히 변해버린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솔직히 읽는 동안 아버지나 아내 둘 모두 그에 일을 핑계로 멀리 도망이라고 가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영화사에서 아내의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똑 닮은 모습을 한 셀마를 만나게 된 폴은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떠나올 때와 달리 다행히 회복이 된 안나를 안도하면서도 나중에는 오히려 셀마 떄문에 미국에 더 오래 머무려고까지 하는 걸 보면 셀마를 통해 다시 안나와의 좋았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형의 유산과 더불어 형의 정부까지 갖게 된 70대 아버지와 주인공 폴은 매일밤 통화를 하는데 꼭 친구와 나누는 수다처럼 친근하기도 하고 폴의 마음을 콕콕 찌른다.
갈수록 심해지는 셀마의 마약복용이 결국 그녀를 혼수상태로 만들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폴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게 된다.
한 가족에 일어나 1년이란 시간동안 각자에게 일어나 일들이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변화 무쌍하지만 모두 다 제자리로 찾아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어디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역시 집중해야 한다. 예상을 엇나가버릴지도 모르니까
또 작가의 철두철미한 성격만큼이나 잘 짜여진 이야기전개나 표현이 저절로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프랑스인이지만 이야기의 주 무대는 미국영화사를 둘러싼 헐리우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들이 많이 나와 있다. 프랑스인의 입장에서 본 미국영화계를 대표격으로 보여주는 윌터 휘트먼의 모습이라든가 우리나라 영화 감독인 김기덕의 언급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p 342
우리가 묵시적으로 결론을 내린 이성적인 화해는 잠시나마 우리에게 새로운 지진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악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문 뒤에, 다시 나타날 준비를 하고서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