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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규칙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라는 수식어에 색다르다가 붙은 소설가 박민규님의 전작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카스테라>,<핑퐁> 등등 읽는 동안은 지금 내가 지구에 살고 있는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작가의 신작이다.
그냥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글들이 마음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감히 상상조차도 못할 정도를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
아내의 이 한마디가 새로운 모티브가 되어 나왔다는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2009.7 예담)은 19살 청년인 나와 누가 봐도 못생긴 여자와 그리고 요한의 이야기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세 사람은 없는 게 없다는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첫 만남, 헉! 마치 포크로 입천장을 찌른 듯 숨막히게 못생긴 여자는 어딜가도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지. 하는 표정을 지어내게 하는 여자와의 사랑이라.. 전혀 이야기의 전개가 예측불허 상상 초월이다.
잘생긴 아버지가 어느날 유명 배우가 되어 집을 나간 주인공 나는 자신을 아버지가 아무대나 볼 일을 보고 난 변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요한은 그 백화점 주인의 정부의 아들로 자살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숨겨진 아들이자 나를 대신에 사랑과 인간에 대한 모순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헤집는다. 그에 반해 그녀는 자신의 생김이 이 사회에서 특히 대한민국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늘 외롭고 자신을 상대해주는 나를 사랑하지만 말하지도 표현할 수도 없다.
결국 대학입시로 잠시 주차장요원을 그만 둔 나는 잠시 휴학중에 다시 돌아오지만 자살시도로 떠나버린 요한, 그리고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버린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첫장면이 다시 만나게 된 그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다. 눈오던 날 조용한 까페에서의 해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가 보내준 긴 편지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세월을 훌쩍 넘어 10년 뒤에 다시만나게 되는 두 남녀의 무미건조하다 할 정도의 지나간 세월만큼 저멀리 가버린 사랑에 대해 담담하지만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한 애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야기까지.. 역시 박민규답다.
살아가면서 나와 조금 다를 뿐임에도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듯 이상해라고 외면해버린 사람들에 던진 내 작음 동작과 눈빛이 그들에게 얼마나 뼈속 사무치는 아픔을 남겨졌을까. 그리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간과 돈을 제일 투자하는 성형공화국을 만들어버리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 누구나 나이먹으면 어차피 똑같아질 별 의미없는 외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재밌는 소설이다.
p 361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