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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케르스틴 기어 지음, 서유리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따라 주말마다 휴가때마다 전국을 누비면서 다니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우겨서 다른 때와 달리 올해에는 남들이 다 간다는 강원도로 다녀왔다. 반대편 차선이 꽉 막힌 것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우리가 꽉 막힌 차선에 서 있었던 올해 휴가는 내게는 아주(?) 기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늘상 남들이 잘 안가는 곳만 다니다 보니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법은 없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휴가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으로 한 번쯤은 휴가지에 온 것같은 느낌을 들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묻지마 여행을 다녀본 사람으로서 나름 터득한 방법이라면 일단 무조건 마음을 조금은 느긋하게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제일 먼저 내가 생각하는 말은 "그냥 집에 있을 걸" 이다. 어차피 잘 알고 가는 곳도 아닌데다 미리 체크를 꼼꼼히 한다해도 늘상 생기는 난관은 있게 마련이어서 걱정을 달고 다니는 성격이라 이 책을 본 순간 어 이거 내얘기인데 라는 동질감이 생겼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참, 세상에 나같은 또 있었군.하는거울을 들여다 본 느낌이다. 그것도 지구 반대쪽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쩜 이리도 닮을 수가 있는 걸까.
여자 알랭드 보통이라는 케르스틴의 매력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특별한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 아이들을 빼고 꿈같은 휴식을 위해 간 곳에서 늘어놓은 시어머니 험담이, 어렸을 적에 사촌과 가족여행에서 겪었던 일화 그중에서도 화장실때문에 일어난 외할머니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시트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운전하느라 힘든 사람 옆에서 혼자 낄낄 대고 읽었던 책,< 그냥 집에 있을 걸> 남의 속도 모르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읽어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니까.
혹시 휴가를 피치 못해 가지 못한 사람들이나 혹시 지금 지루할 것 같은 여행이 기다린다면 꼭 가지고 가야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