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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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작품을 처음 만난건 이제 대학에 막 들어간 새내기때였다. 청춘이란 곱디 고운 시절의 문앞에서 세상의 걱정을 모두 짊어 지고 갈 것처럼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고 다녔던 그 때, <인간의 굴레에서>는 내게 막연하게만 느꼈던 삶이란 이런거야 라는 답을 알려 주는 것 같아 영원한 팬이 되버렸다.
 

  고전이란 늘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문화적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한 사람의 일생 전체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언제 읽어도 두렵지 않게 만든다.

 

 지난 해 역시 내 주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20대 방황하던 그 시기 못지 않게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투성이었다. 왜 이런 일이 내게만 일어나는 거지. 난 왜 매번 운이 없지등등.

 

 문득 다시 그때처럼 어떤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서머싯 몸의 작품을 찾던 중에 만나 <인생의 베일>도 재밌게 읽고 공감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서머싯 몸의 장편소설중의 하나라는 <면도날>(2009.6 민음사)는 내게 눈을 번쩍뜨게 만든다.

 

 처음부터 자신이 관찰자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몸,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어떤 결말도 없다. 어떤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단호함이 벌써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더 하게 만든다.

 

 자신의 교양을 무엇보다 과시하기 바쁜 사람 엘리엇을 만난 몸은 그로 인해 여동생 가족과 알게 된다.  시대적 배경이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 공황이 일어나기까지의 시간동안 이들 가족에 변천사와 함께 주인공 래리의 인생여정이 들려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엘리엇의 조카 이사벨의 약혼녀, 래리는 공군에 자원 입대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게 된다. 전쟁에서 전우의 죽음은 래리로 하여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상태로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독서와 편안함만을 추구한다.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약혼녀의 이해를 구하기에 둘의 생각은 너무도 달랐고, 결국 파혼하게 되는데..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중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고 다시 만난 이사벨은 래리의 절친이며 예전부터 이사벨을 사모하던 증권회사 사장 아들인 그레이와 결혼하였지만 경제 대공황으로 파산을 하면서 거처할 곳을 마련해준 엘리엇의 배려로 파리로 오면서 래리와 다시 만나게 된다.

 

  여전히 래리를 사랑하는 이사벨,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몸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래리와 만나 그간의 여행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책장이 언제 넘겼졌는지 잊게 만든다.

 

  이야기의 축은 래리의 세게 곳곳을 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거기서 만난 그를 둘러싼 여인들의 이야기들도 재밌다.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약물과 술에 의지에 살아가던 소피와 결혼을 마음 먹은 래리에게 이사벨의 질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야 마는데..

 

 

  두툼하다.

 

  그러나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게 만드는 서머싯 몸의 명쾌한 문체, 그리고 제목만큼이나 날카로운 주인공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표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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