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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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작고하셨지만 늘 우리 곁에 계신 것처럼 느껴지는  정채봉선생님의 글은 이른 아침 맑은 물에 얼굴을 담궜을 때의 청명함이다. 
스무살 어머니. 물에서 나온 새,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등등 그분의 글은 모두 섭렵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팬이지만 이번에 다시 만나는  <나, 잊고 있던 단 한사람> (2009.5  코리아 하우스)는  그분의  병상에서  지내셨던 일기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쓰시던 분이라 짧은 글이  주는 감동은 긴 소설을 읽고 난 뒤의 그 것보다 때로는 배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 지나치고 무시해버려서  나라는  존재조차 잊고 살던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빛처럼 삶에 힘이 되기도 한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비가되버린 눈물을 감추지 못하게 하는 병마와의 사투 일기,  딸과의 맥주 한잔은 세상에 이제 남겨질  딸과의 이별을 예고 하는 장면이 연상되게 하여 슬프고  긴 수술을 잘 견뎌내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지하철조차도   모두 경이롭게만 보이게 하는 병상에서의 하루 하루 일들  모두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에반해 갈 수록 살기 어렵다는 하는 삶의 기대감조차 없게 하는  각박한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도 있다.  아기들만 빼고 사람들은 모두 최면에 걸린 상태라는 비유, 아름답게 보이고자 본래의 얼굴을 뜯어고치고 보다 섹시하게 보이고자 밥을 굶고 있는 세상,  돈을 좇는 일이라면 세퍼드처럼 나서고 지위를 얻는 일이라면 똥개처럼 비굴해도 좋다. 이런 최면 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라면 잠시 걸음을 멈추어 주기 바란다는 당부의 말씀까지 모두 정곡을 찌른다.

   p127

    컴퓨터에 의해 인류는 진보했지만 행복이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의 해 정보는 엄청나게 빨라졌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1분안에 화면에 떠올라 온 것은 아니다. 어쩌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해 더욱 통제되고 더욱 바빠야 하는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늘에서 보내주신  편지 한 장 같은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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