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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빠가 된 날 ㅣ 작은 곰자리 10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평점 :
큰아이가 태어나 던 날, 양수가 미리 나와서 진통은 진통대로 하고 결국 수술을 해서 세상에 나온 아이를 처음 보고 울었던 남편, 마취가 아직 덜 깨어 희미하게 들렸던 소리로만 나는 알았었는데.. 나중에 간호사의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시댁도 친정도 멀어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상황, 첫아이를 만난다는 기대보다 어둡고 슬픈 기억이 내게는 있다.
야, 생선이다로 처음 만난 나가노 히데코의 작품< 아빠가 아빠가 된 날>(책 읽는 곰.2009.4)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남편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고 우리집 큰아들은 엄마인 나보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을 엄청 궁금해 했던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첫아기와는 달리 둘째는 기대보다는 어떤 새로운 모습일까가 더 관심이 집중되던 나처럼 주인공 아빠가 셋째를 만나는 기쁨에 젖어 있어 보인다. 아니 등장인물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기대에 찬 얼굴들이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가족분만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쓴 작가의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내색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느꼈을 아빠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문구, 눈부시고 떨리고 세상이 모두 밝게 보인다는 걸 세상의 아이 아빠라면 모두 그랬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병원으로 둘째 아이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저마다 하는 말들 중에서,
듬직한 딸이구려.라는 말이 우리집과 너무 흡사해서 온 가족이 웃었다.
아이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현실을 보여주는 가스불에 넘치는 국물, 울어대는 작은 아이, 청소기를 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아빠가 결국 책의 뒷페이지에 쓰러져 잠이 든 모습, 정말 우리집과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