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외갓집에 시골에 한 달가량 엄마의 요양차 따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예닐곱살 때로 기억이 나는데 지금처럼 한 여름이었고, 한 달정도 있다보니 논에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만큼 제 볼 살도 통통해져서 돌아왔던 일입니다. 잠시나마 외할머니와의 시간이 제게는 꿈같은 추억이 되었는데, 한편으로 학교를 다녔던 제 언니에게는 악몽같은 시간이었답니다. 엄마가 없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금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얘기 하는 걸보면 정말 잊을 수 없는 사건 중에 하나랍니다. 제 아이는 오히려 도시로 외갓집을 가야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오히려 논이며 밭이 흔한 동네라서요. 그래도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정작 쌀이 나느 논이며 온갖 작물을 씨부려 먹는 밭을 자주 보는 데도 오히려 제게 묻는 일이 많습니다. 『세 엄마 이야기』 (2008.6)은 두부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설명하지 않고도 이해 시킬 수 있도록 콩을 심고 가꾸고 싹이나서 완성되기까지 일련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잘 보여 준 책입니다 어느날 경험도 없이 밭에다 콩을 심는 엄마를 의해 친정엄마, 그 친정엄마의 엄마까지 세 엄마가 총 동원되어 콩을 키우면서 겪게 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어요. 부르기만 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짱가처럼 나타난 엄마들, 제일 재밌던 것은 마지막에 콩을 털 떄 걱정이 되어 밤잠을 설치는 엄마들의 표정이 거의 압권이었습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찡했지만, 자꾸 자꾸 읽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