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이름만 듣고 한국작가인 줄 알고 있다가 그가 중국작가인걸 알고 놀란 일이 있었다. 류진운의 [닭털 같은 나날]이 그것이었는데. 참신하기도 하고 특유의 재미가 있었다. 그 뒤로 알게 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든가 쑤퉁의 [이혼지침서]나 [나, 제왕의 생애]까지 밀물처럼 쏟아지는 일본소설들 틈에 또다른 문화의 충격을 받았다.
입시준비하는 동안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서 금시초문이었던 나로서는 대학에서 문화대혁명기의 중국은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었다. 대학국어시간으로 기억이 나는데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헤매기까지 했었는데, 관심밖의 일이기도 했지만 어떤 경로로도 그 내용을 알 수 없었기에 나중에라도 꼭 알아 봐야지 했더랬다.
요새 나오는 중국 현대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대혁명기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알수 있다. 작년에는 읽은 하진의 [기다림]도 그랬는데, 이책 만사형통에서 13명의 작가들의 그들만의 개성이 똘똘뭉친 단편들을 읽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샤테민의 <한 쌍의 큰양>에서 도시에서 시골에 보내진 외국산 한 쌍의 양때문에 정작 사람도 굶는 판국에도 양에게 먹인 풀을 뜯기 위해 먼 곳까지 다녀오는 노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혹여 양이 죽기라고 할 까봐 애태우는 상황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누굴 위해 양을 키우는 지 그 목적도 없이 다그치는 향장이라든가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에 급급해 하는 것이 우스꽝쓰럽기까지 했다.
또,<봉황 거문고>는 중편에 가깝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삼촌의 도움으로 비정규 교사로 산골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통해 정식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어려운 형편의 시골학교의 실상을 잘 보여주었다.
모옌의 <먹는 일에 관한 이야기 둘>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흙까지 먹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의 회상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뒤로 먹을 것에 대해서 그가 가지게 된 이야기들이 꼭 북한의 굶주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상시켰다.
이밖에도 우리와 다른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결혼으로 나락에 빠진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미샹이라든가 우연히 책정리를 하다가 그동안 모아둔 가계부까지 기부하게 되면서 겪은 주인공의 이야기
<가계부>까지 우리나라가 겪지 못한 이야기들로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듯하다.
13명중에 아는 작가라고는 모옌. 한 사람이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들의 기대가 크다.
처음에 생각보다 페이지가 많아 부담스럽게 느꼈지만 13명의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있는 단편들이라 술술넘어 가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책이었다. |
|